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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책임, 인건비 아닌 ‘가맹비·임대료’에 떠넘기는 勞

김기윤 기자 | 2018-07-13 12:02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류장수(오른쪽 세 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참석해 사용자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올해도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향배에 따라 노사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공익위원 손에 달린 최저임금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류장수(오른쪽 세 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참석해 사용자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올해도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향배에 따라 노사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연합뉴스

영세자영업자 생존 절벽 원인
카드수수료·본사 납품단가 등
“대기업·건물주 ‘甲질’ 탓” 몰아
전문가 “인건비가 문제의 본질”

소상공인聯 17일 긴급이사회
동시휴업 등 집단행동 움직임


노동계가 2019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안(1만790원)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정치적 부담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영세자영업자 보호 대책과 대기업 갑질 책임론을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이 생존권 보호를 내걸고 줄도산 등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게 된 근본 원인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등의 납품 가격 폭리, 과도한 임대료 요구 등 “갑질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수용의 어려움이 소상공인 생존권 압박과 반발의 본질인데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목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이 미칠 영세 자영업자 압박 책임을 엉뚱하게 대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전날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 돌파구는 최저임금을 낮추는 데서 찾는 게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카드사 수수료, 납품 원청 등의 갑질 문제를 해소하는 측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최임위에 제출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지원과 제도 개선 요구안’을 통해 △상가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도입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가맹수수료 절반 인하 △중소상인적합업종제도 법제화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존권 압박 원인으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인건비는 외면한 채 건물주들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카드사의 높은 수수료,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납품 단가 폭리 등을 꼽았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면서 이에 대한 소상공인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고 불복종 운동까지 나오자 부담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세 소상공인도 사회를 지탱하는 약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임금 인상을 당연시하기 이전에 큰 그림에서 살펴보고 인건비 인상이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 구도로만 몰아 ‘을들의 전쟁’으로 당면 최저임금 현안과 갈등을 해석해선 안 된다”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때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업계와 편의점주들은 전날 공익위원들과 일부 근로자 측 위원만의 최저임금 결정 논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전국 동시 휴업 등을 예고해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소상공인과의 소통을 외면했다”며 “최저임금위 결정과 상관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에선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자율 합의를 통해 임금을 결정하겠다”고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을 선언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파산에 이르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편의점 연쇄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회원 3만 명이 편의점 공동 휴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17일 오전 11시 긴급이사회를 열어 동맹휴업과 대규모 집회 등 행동방향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청원운동 준비에 착수하는 한편, 헌법소원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법률 자문에도 들어갔다. 최승재 연합회 회장은 “임금이야 동결되든 5∼10% 인상되든 중요하지 않다”며 “이미 결정 과정에서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따를 수 없고 행동만이 남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결정 후 바로 여론 수렴을 거쳐 심야시간대(밤 12시∼오전 6시) 동시휴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편의점·소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최저임금의 문제점을 담은 현수막, 포스터도 붙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소외감이 우리를 분노케 했다”면서 “동결이나 업종별 차등적용 등 어느 것 하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윤·김윤림·유현진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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