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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함께 달리고 싶은 곰아’… 신경림이 ‘꼬마’에게 바친 詩

기사입력 | 2018-07-13 10:44

달려라 꼬마 / 신경림 시, 주리 그림 / 바우솔

2010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아기 곰 한 마리가 동물원을 벗어나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청계산 자락을 따라 달아난 이 말레이곰의 이름은 ‘꼬마’다. 당시 뉴스는 꼬마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굶주림을 이기고 무사히 살아 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며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꼬마를 걱정했다. 도주 중의 꼬마가 산속 매점을 뒤져서 먹을 것을 챙겨간 것을 발견하고 다들 살아 있다는 신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꼬마의 자유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긴 시간을 혼자 버티던 꼬마는 결국 붙잡혀서 대공원으로 돌아왔고 동물원에는 꼬마의 여정을 담은 안내판이 만들어졌던 기억이 난다.

‘달려라 꼬마’는 바로 그 아기 곰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주리 작가는 공광규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그린 ‘흰 눈’으로 독자의 큰 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시 그림책이 시가 지닌 서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극대화하면서 어린이 독자들과도 시의 여운을 나누는지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이번 작품 ‘달려라 꼬마’에서도 신경림 시인의 시가 텍스트로 놓인다. 보름달이 휘영청 뜬 동물원 철창 안에서 아기 곰 꼬마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인공 수조에 환하게 비친 둥근 달에 올라타고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서 동물원 밖으로 간다. 두려움 없이 앞만 보고 걷는 꼬마를 몇 발짝 뒤에서 따라가며 지켜주는 달빛은 우리 마음 같다. 밤낮이 바뀌고 꼬마가 뙤약볕 내리쬐는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자 정글짐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꼬마를 발견하고 동행을 자청한다. 꼬마의 머리에 씌워진 꽃무늬 모자는 아이들이 건네준 것일까. 장마당을 지나는 꼬마 일행은 어느새 넷, 아니 다섯이다. 독자도 꼬마의 조용한 후견인이 돼 그 뒤를 따른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우리가 모두 비슷한 염려와 사랑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에 있다. 꼬마가 대견하고, 꼬마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꼬마의 모습은 철창에 갇혀 있는 우리들의 얼굴임을 깨닫는다. 신경림 시인은 그 순간을 ‘나도 함께 달리고 싶은 곰아’라고 읊는다. 어린이와 함께 동물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읽기 좋은 책이다.

더불어 꼬마처럼 달려서 경쟁의 동물원을 벗어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먹먹한 공감을 안겨주는 그림책이다. 새로운 달빛 아래 꼬마가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 마지막 면지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40쪽, 1만1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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