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 무역전쟁 확전 ‘유탄’

美서 對中추가관세 최종확정땐
삼성·LG, 中 생산품목도 피해
디스플레이도 안심못할 상황

세탁기에 이어 또다시 타격땐
업계 ‘내상’ 더욱 깊어질 우려

‘세탁기에 이어 냉장고까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된 와중에 냉장고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전자업계가 잔뜩 긴장한 채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올 1월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세탁기 관세 폭탄을 맞은 전자업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 모색에 착수한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이번에 추가한 중국 수입품 관세 품목에는 냉장고·TV 부품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8월 30일까지 청문회 등에서 의견을 들은 후 최종 목록을 확정하고 이르면 8월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냉장고가 관세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두 회사는 주로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지만, 미국 수출 물량 중 일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양사는 통상 관련 부서를 통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미국 수출용 생산거점 조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업계도 긴장 중이다. 미국이 이번에 겨냥한 TV 부품은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거머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한국을 제치고 출하량 기준으로 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TV의 경우 중국산 TV부품이 관세부과대상에 포함되면 판매량이 떨어지거나 가격압박을 받게 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메모리 반도체 모듈도 추가 관세 품목에 올라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업체들 수출 물량의 40%는 중국으로 건너간다. 이는 대부분 내수용으로 소비돼 일단 이번 사태에서는 비켜 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중국 생산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안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함께 가격 담합 조사를 받고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도매금으로 ‘괘씸죄’를 적용받을 수 있어 초조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세계 최대 시장인 만큼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 폭탄을 다시 한 번 맞으면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이미 내상이 깊은 전자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