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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단둘이 자유여행… ‘참 좋구나’ 하실 겁니다

기사입력 | 2018-07-13 10:51

얼마 전 처음으로 내 비행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로마로 가는 스케줄이었는데 교직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명예퇴직을 하시고 나니 학기 중에 시간이 돼서 처음으로 모시고 갈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사실 어머니께서 처음에는 꽤 망설이셨다. 어딘가로 떠나는 건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아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많지 않고 언젠가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머니를 설득했고 결국 내 비행기에 웃으며 탑승하시는 어머니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됐다. 패키지로 가족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어머니와 단둘이 자유여행을 해본 적은 없을뿐더러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린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 또한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것을 알기에 용기를 내 함께하기로 마음먹었고 평소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비행을 준비하고 평소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업무에 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둘 다 로마에 처음 온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냥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로마에서의 첫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다가 어느 골목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며 여유롭게 앉아 있을 때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좋다. 이래서 자유여행을 하는구나 너희가.”

방학 때마다 여러 여행지를 다니셨지만, 주로 패키지 여행을 하셨기 때문에 이런 여유를 느껴 본 적이 많지 않으셨을 터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시고 오길 잘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해서라도 더 일찍 모시고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왠지 좋아하시는 그 모습을 남기고 싶어 영상을 찍었다. 평소 같으면 부끄러워하셨을 텐데, 좋은 기분과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귀엽게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의 여행은 특별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그저 남들 다 가는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피자, 젤라토 같은 평범한 이태리 음식을 먹었을 뿐이다. 둘째 날은 내가 저녁에 비행을 해야 하는 관계로 오전 바티칸 투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평범한 여행이 특별할 수 있었던 건, 서로 용기를 내서 그곳으로 향했고 처음으로 단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눴던 대화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또 언제 모시고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좋은 비행 스케줄이 잡히고 부모님의 시간이 허락해야 하고 또 비행기에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부모님과의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더 이상의 고민은 접어두고 일단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여행의 길이와 관계없이, 많은 것을 얻어 올 테니 말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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