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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끝까지 단식” vs 총무원 “지켜봐 달라”… 일촉즉발 조계종

엄주엽 기자 | 2018-07-12 10:44

단식농성 23일째 설조스님
“나를 불씨로 종단 개혁되길”

한달간 의혹 조사한 총무원
“혁신위 결론 기다려 봐야”


아흔을 바라보는 설조(87·사진) 스님이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2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종단 고위급 스님들의 각종 의혹 제기로 불붙은 조계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계종 사태의 뿌리는 깊다. 지난해 10월까지 8년을 재임한 전임 자승 총무원장 때부터 각종 전횡 의혹이 제기되며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일부 스님과 재가자 단체들이 끊임없이 종단의 적폐청산과 총무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어왔다. MBC ‘PD수첩’이 지난 5월 종단 내 일부 스님의 비위와 일탈 의혹을 두 차례 방송하면서 갈등이 전면화됐고, 지난달 20일 설조 스님의 단식 돌입이 기름을 부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설조 스님은 “의혹 당사자들이 물러날 때까지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총무원은 “종단 내에서 의혹 규명과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하고 있어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12일로 단식 23일째를 맞은 설조 스님은 농성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천막에서 오전에 방문객을 맞는 등 아직은 곧은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전날 만난 설조 스님은 “나를 불씨로 종단개혁이 이뤄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1994년 스님들의 힘으로 서의현 총무원장을 몰아낼 당시 개혁의회 부의장을 맡는 등 종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스님은 “1994년 당시 250여 스님이 7000여 명을 상대해 싸워 개혁을 이뤘다. 지금도 소수가 개혁을 갈망하고 힘을 가진 다수가 막고 있지만, 종단 안팎이 변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놓지 않았다. 스님은 “내가 정신을 잃거나 죽어 유골이 되더라도 개혁을 갈망하는 도반과 재가자들 이외에 누구도 나를 이 자리에서 옮길 수 없다는 유언을 동영상으로 찍어 놓았다”고도 했다.

총무원 집행부는 종단 내에서 각종 의혹 해소와 개혁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PD수첩 방송 이후 진제 종정 교시에 따라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가 출범했고, 한 달 동안 의혹 조사와 종단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종단의 시스템이 있는 만큼 혁신위의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오는 18일 전체회의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설조 스님은 “혁신위가 적폐의 대상인 전임 총무원장과 의혹을 받는 현 총무원장 체제의 핵심들로 구성된 마당에 무얼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의 김영국 상임대표도 “적폐청산을 요구해온 스님과 재가자들이 포함됐다면 혁신위가 의미를 가질 텐데, 종단은 그조차도 피했다”고 말했다. 종단이 국민과 사부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한 혁신위 방안도 성과를 얻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조계종은 현재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 지홍 포교원장 등 종단 3대 기구의 수장이 은처자와 성희롱, 돈 문제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려 있다. 전임 총무원장을 비롯한 여러 스님이 상습 도박 의혹을 받고 있고, 은처자 의혹을 받아온 제2 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은 주지 재임에 도전하고 있다. 1994년 멸빈당한 서의현 총무원장을 복권해 조계종단의 정체성에 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 언론사불자연합회 등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재가자 단체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12일 오후 7시와 14일 오후 5시 조계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간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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