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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제재-대화-억지’ 3트랙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18-07-04 14:37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미·북 核협상 2라운드 돌입 불구
美 중간 선거 후 위기 증폭 가능성
北 정상국가化엔 ‘긴 호흡’ 중요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이 만난 지 3주가 지났지만, 핵·미사일 동결 등 핵심 후속 조치는 답보 상태이고, 서울과 워싱턴에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 미군 유해 송환 약속, 이산가족 상봉 일정 합의 등 일부 진전이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비핵화의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핵탄두와 시설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의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본격화할 태세여서 이러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에 더 큰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마저 스친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됐을 때, 필자는 문화일보를 비롯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리 트랙(Three Track)’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북 제재와 압박의 국제적 공조, 전술핵 재도입을 포함한 핵 억지력 확보,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이다. 그러면서 빠르면 6개월 내에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국면이 조성됐고, 그 후 협상이 비핵화의 축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일이 어그러질 때를 대비하고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스리 트랙’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남·북·미 모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면은 사뭇 다르다. 비핵화만 해도 그 의미나 내용, 방식에서 3국 간 차이가 크고, 평화체제 구상,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도 속내가 각기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절감, 한국 내 진보세력은 자주성 확립, 북한은 안보 위협의 제거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어렵게 만든 대화와 협상의 모멘텀을 잘 이어가야겠지만, 어느 한 축에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아무리 좋은 기회로 보이더라도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는 말라’는 투자의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

비핵화의 로드맵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대한 국제적 공조는 이미 느슨해졌다. 물론 대화에 진전이 있는데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비핵화 전에 제재를 해제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제재의 강도를 연동시켜 조절해야 하며, 대북 경협의 경우도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루빨리 재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되지만 비핵화의 시간표를 무시하고 과속해서는 안 된다. 대북 군사 억지력도 쉽게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은 이미 멈췄고,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북한이나 중국이 사드 철수를 요구한다면 비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 등 한·미 동맹에 변화가 생기면 그에 따른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지지부진한데 미군은 떠나고 한국 홀로 무장해제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협상의 종착역은 핵 없는 북한의 ‘정상국가화’여야 한다. 북핵 개발 중에는 CVID가 유용했을지 몰라도 핵 무력을 사실상 완성한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가질 필요도, 사용할 필요도 없는 정상국가가 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내외적 행보에선 정상국가에 대한 열망도 보이지만, 그가 꿈꾸는 것은 핵을 손에 쥔 정상국가일 것이다. 하지만 정상국가화를 위해선 비핵화뿐 아니라 인권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대북 관여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3개월 동안 김정은의 광폭 외교를 통해 한·중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의 채널도 복원하는 등 1차 목표를 달성한 후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미국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등으로 비핵화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차분히 대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멀고 험난한 비핵화 여정에 우리는 아직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리스트나 그들이 갖고 있는 협상 카드도 다 파악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화 트랙은 무시한 채 압박과 제재에 올인하는 전략 부재를 드러냈듯이, 문재인 정부 역시 대화에만 올인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북한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화국면 속에서도 핵 무력 달성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전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핵 2라운드를 맞아 문 정부도 전략과 전술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제재와 대화, 억지력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스리 트랙’ 접근은 여전히 중요하다.

지난 6월 14일 회담 후 등을 보인 미·중 외교 수장. G2의 북핵 동상이몽으로 해법이 더 꼬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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