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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중인 女性의 몸을 잔혹하게… 性불구자의 비틀린 욕구

기사입력 | 2018-07-03 11:00


■ 싸이코

나에게 앨프리드 히치콕과 그의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신성모독 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고뇌한들 그의 완벽한 작품에 버금갈 만한 글을 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만의 금기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의 ‘싸이코’(사진)를 ‘에로틱 시네마’ 반열에 두고 말이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르겠다. 연쇄살인마의 변태적 살인 이야기가 어찌하여 에로틱하게 비치는지. 그러나 히치콕 학자들이 주장했듯 그의 모든 작품에서 섹스와 여성의 나체는 항상 존재해왔다. 그것도 할리우드의 악명 높은 자기검열 코드를 피해가며 매우 예술적이고 영리한 방법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누드가 필요할 때는 발목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속옷의 클로즈업(‘프리주어 가든’·1925)을 보여주고, 섹스를 욕망하는 남성 캐릭터를 그릴 때는 그의 집게손가락 떨림을 여성의 가슴과 교차 편집(‘하숙인’·1927)하는 등 히치콕은 창의적인 기술로 에로틱한 순간을 묘사해왔다. 마침내 그의 1960년 작 ‘싸이코’에서 숨겨진 장기가 분출한다. 1950년대 이후 검열의 제재가 다소 완화되기도 했고, 히치콕의 흥행감독으로서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면서 성적인 재현에 있어 대담해진 것이다.

더위에 녹아내린 도시를 비춘 카메라는 빌딩숲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낡은 모텔의 창문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그곳에 대낮의 정사를 막 끝낸 마리온(재닛 리)과 그의 남자친구 샘(존 게빈)이 누워 있다.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남녀는 숨도 고르기 전에 다시 서로를 깨우려 한다. 그러나 강렬하고 짜릿한 섹스를 나눴음에도 샘은 빚 때문에 당장은 결혼할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마리온은 좌절한다.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몇 블록을 달려와 얻은 값진 오르가슴이 한 번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비참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간 마리온은 샘이 한 말을 곱씹는다. 그러고는 우연히 만난 회사 고객에게 4만 달러를 받아 달아난다. 더위 때문인지 유달리 좋았던 대낮의 섹스 때문인지 두려움이 없어진 마리온은 밤새도록 달려 베이츠 모텔이라는 낡은 숙소에 도착한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두 가지 이슈 몰이를 했다. 첫째는 재닛 리의 노출. 극 중 재닛 리는 오프닝과 중반 살해 장면 등 두 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인다. 오프닝에서는 하얀 브래지어만 한 채로 등장하고, 살해 장면에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나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 이슈는 잔혹한 살해 장면이다. 이 장면이 이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요 요소다. 베이츠 모텔의 주인인 노먼(앤서니 퍼킨스)은 마리온에게 자신의 사무실 옆방을 배정한다. 마리온은 불안한 시선의 노먼이 꺼림칙하지만 그가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때 거절하지 못한다. 식사하는 내내 노먼은 마리온을 살핀다. 마리온의 얼굴과 가슴, 다리, 손짓을 차례대로 훑으며 음산한 미소를 짓는다. 불편해진 마리온이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노먼은 벽의 구멍을 통해 옷을 벗고 있는 마리온을 관찰한다. 알몸의 마리온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안도한다. 몸을 타고 흐르는 물이 죄를 씻어준다고 믿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일 회사에 돈을 돌려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위한다. 그러나 마리온의 몸이 다 젖기도 전에 샤워 커튼을 뚫고 들어온 큰 칼이 마리온의 아름다운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굵은 물줄기를 헤치고 가슴으로, 배로, 성기 부분으로 옮겨가는 칼날은 마치 섹스를 연상하게 한다. 이 장면은 자신이 매혹당한 여성과 관계하지 못하는 성 불능으로, 성욕을 살인으로밖에 해소할 수 없는 노먼의 비틀린 욕구를 적나라한 은유로 그린다. 히치콕의 영화는 수려한 이니그마(Enigma·수수께끼)로 가득하다. 특히 그가 곳곳에 숨겨 놓은 에로틱 코드와 그림자는 서스펜스 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평론가

김효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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