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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성격’ 이미 바뀌고 있다

기사입력 | 2018-06-27 14:16


황성준 논설위원

서울의 연합司, 평택의 미군司
연합훈련 중단에 전작권 전환
美는 中겨냥해 기동군化 착수


주한미군사령부는 29일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으로 이사 간다. 이날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신청사 개관식이 열리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주한미군사령부는 1957년 7월 창설된 지 61년 만에 서울을 떠나게 됐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도 함께 가며, 주한 미 육군 제8군사령부는 이미 지난해 8월 이전했다. 용산 주둔 미군의 평택 이전은 연말에 최종 완료될 예정인데, 사령부가 공식 이전한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용산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단, 한미연합사령부는 당분간 용산에 남을 예정이며, 연말에 한국 국방부 영내 7층짜리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 해외 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최신 설비를 자랑한다. 좁고 낡은 집을 버리고 큰 새집으로 이사 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간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과거 주한미군, 특히 미 육군 제2사단은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현재 제2사단의 주력 전투부대인 기갑여단전투팀(ABCT)은 고정 배치 부대가 아닌 ‘전략적 유연성’ 차원에서 순환 배치되고 있는 ‘뜨내기 부대’이며, 서울 북방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투부대인 제210 화력여단도 북한 장사정포 후방 이동 문제와 연계돼 결국은 후방으로 빠질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지상군의 직접 공격 위협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에서 ‘군사적 섬나라’인 미국은 방어선 설정과 동맹 전략을 둘러싸고 ‘대륙 기여(continental commitment)론’과 ‘대양(blue water)론’으로 나누어져 끊임없이 논쟁해 왔다. 또, 그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대륙 기여론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서 패권국의 등장 혹은 확장을 막기 위해선 미 지상군이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대양론은 해군과 공군으로 해양방어선을 지키면 되지 대륙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현실 국가전략은 이 두 가지 입장의 어느 중간에서 이뤄진 적이 많으며, 유럽과 아시아가 달리 적용된 경우도 흔했다. 6·25전쟁 직전 애치슨라인의 경우 대륙 기여론에 따라 지상군을 유럽에 집중하면서, 아시아엔 대양론 입장을 적용한 결과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미군 태평양사령부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로 공식 변경했다. 미국의 가상 적(敵)이 중국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평택 미군기지는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며, 중국도 평택 기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이에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한의 남침에만 대비하는 ‘붙박이 군’이 아닌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갑여단전투팀도 순환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러한 반중(反中) 동맹에 가담하기를 원치 않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하나씩 중단되고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과 같은 대규모 훈련은 물론, 중대급 규모의 한·미 해병연합훈련인 ‘케이멥(KMEP)’마저 사라지고 있다. 주한 미 해병대 병력이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별 두 개가 사령관을 맡고 있는 이유는 유사시 대규모 해병대 병력이 투입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전 초 투입될 미 해병대 항공함포연락중대(ANGLIC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미 해군과 공군의 사격을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의 총 6개 ANGLICO 가운데 현역은 3개 중대이며, 나머지 3개 중대는 예비역이다. 오키나와에 배치된 제3 해병원정군의 제5 ANGLICO가 먼저 투입되고, 필요하다면 캘리포니아 펜들턴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제1 해병원정군 소속 제1 ANGLICO도 날아오게 돼 있었다.

문제는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동북아 대전략을 놓고 동상이몽(同床異夢)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의 근간인 연합훈련도 중단되고 있다. 장기간 훈련 없는 군대는 존재할 수 없다. 훈련 없는 부대는 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미군의 원칙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당장 미군이 전면 철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에서 평택기지가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군으로서의 위상은 현저히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맞물리면서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평택으로 떠나는데, 한미연합사는 서울에 남는다는 군사적·정치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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