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제사회 對北제재는 그대로
靑 독주하며 일선 부처 곤혹
막대한 자금 필요한 사업이라
재정 건전성 급속악화 전망도

“주변 강대국 움직임 고려하며
치밀하게 추진 안하면 낭패”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

25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 지나치게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 경협을 섣불리 추진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을 특정해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행정명령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 금지와 광물 거래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철도·가스 사업 협력 등을 담은 양국 기관 간 양해각서(MOU)를 봐도 북한과 관련된 것은 ‘공동 연구’가 대부분이다.

청와대가 ‘찍어누르기’식으로 남북 경협을 밀어붙이면서 실무 부처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이 남북 경협에 성과를 내라고 압박이 대단하다”며 “우리나라만 앞서 나가면 심각한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남북 경협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게 과거에 이미 다 나온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지금 얘기가 나오는 전력·가스·철도 등의 협력 중에서 옛날에 나오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남북 경협은 천문학적인 재원(財源)이 필요해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를 급증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경제 개발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고, 일본이나 중국은 북한 경제 개발 등을 위해 자금을 제공할 경우 엄청난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일반정부 부채(D2)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43.7%로 OECD 회원국 평균(112.7%)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복지를 한창 늘려가는 나라지만, 상당수 OECD 회원국은 복지 체제 정비를 이미 완료한 국가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남북 경협을 인기몰이식으로 ‘한 건’ 하겠다는 발상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치밀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