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존경하는 인물로 늘 다산 정약용을 꼽는다. 목민심서나 문 대통령 공직관을 언급할 것도 없이, 공직자의 최소한의 자질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이다. 그런데 문 정권의 주요 실세이기도 한 노영민 주(駐)중국 대사의 행태는 이와는 정반대여서 한심하다.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휴가를 내고 국내에 체류 중인 노 대사는 지난 19∼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에도 귀임하지 않은 채 태연히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아들 결혼 상견례 등 예정된 것들이며,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선거구가 있던 충북 지역 정치인들과 모임도 가졌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의 ‘특명전권대사’라면 즉각 복귀했어야 했다. 해명은 더 가관이다. “대사가 없어도 대사 대리가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고 했다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거나 없거나 상관 없다면 그런 공직자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국회의원 시절엔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갖다 놓고 책을 판매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는 국익을 위한 총칼 없는 전쟁이다. 사령관의 인식과 자질이 이 지경이라면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 대사직을 다음 정치 행보를 위한 경력 관리용으로 치부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2010년 류우익 당시 주중 대사가 자신이 요직을 맡았던 세계지리학연합회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방중 문제가 불거지자, 야당이던 현 정권은 ‘정보 부재’까지 들먹이며 맹비난했다. 노 대사를 엄중 문책하지 않으면 다른 실세들의 공직관도 동일함을 자인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