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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회담 결과가 워낙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유를 찾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핵과 북한에 대해 잘 모르면서 준비도 소홀했기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 평가지만, 나름 거창한 논리를 붙여 6·12 합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첫째는 ‘전략론’. 미국의 목표가 핵 폐기보다는 북한을 중국 영향권에서 빼내 미국 영향권으로 데려오는 데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른바 G2라는 미·중 간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동북아 전략 구도가 기존의 한·미·일 대(對) 북·중·러에서 미·일·남·북 대 중·러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북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 그런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오갔는데, 뉴욕타임스가 6·12 회담을 전후해 ‘미·중 회담에 중국이 초조하다(jittery)’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썼다.

둘째는 ‘이면(裏面) 합의론’.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특히 북한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약속했지만, 여러 이유로 공개하지는 못했으며, 그 대신 핵·미사일 신고, 검증, 반출 등을 세부적으로 약속한 부속합의가 있다는 것이다. 미·북 합의를 이어가도록 만들고 싶어 하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면 합의가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개하지 않았을까. 트위터를 날려도 수십 번은 날렸을 것이다.

셋째는 ‘투자론’. LA타임스는 회담 당일 ‘트럼프가 북한에서 익숙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를 발사할 때마다 발포가 아니라 주변 경치를 주목했는데, 북한 해안 지역이 투자가치가 크다고 봤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부동산 측면에서 좀 봐라. 해변에 콘도미니엄을 지으면 기가 막히지 않겠나”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도 “핵무기가 아니라 부동산을 생각하라”면서 “세계 최고의 호텔들을 가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워싱턴이 아니라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김정은을 초대하려나 보다. 과연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해변 호텔과 바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