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범 1년 문재인 정부의 5월 고용동향 성적표가 참담하다. 취업자 증가 수가 전년 동월 대비 7만2000명에 불과했다. 경제위기 때처럼 매우 낮은 수치다. 더욱이 실업자는 112만1000명, 청년실업자는 46만 명이다. 박근혜 정부 평균보다 실업자는 약 19만 명, 청년실업자는 약 8만 명이나 많다. 정부는 지난달에 비가 많이 와서 일자리가 줄었다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그러면 고용 상황이 왜 악화했는가. 그동안 문 정부의 정책은 고용 비용을 상승시켰다. 문 정부는 지난해 5월 11일 출범하자마자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공기업의 고용 능력은 축소됐다.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5만8000명으로 2016년보다 1만 명 늘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이후 청년취업자는 줄고 청년실업자는 늘었다.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도 줄었다. 향후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되면 고용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취업하려는 유인을 떨어뜨리는 정책도 고용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목적이 모호한 청년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했다. 실업급여는 올라가고, 지급 기간도 연장됐다. 지난 1분기에 실업급여 수급자가 62만8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문 정부의 책임은 분명하다.
문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지 않아도 고용 사정이 호전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환경과 맞물려 고용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의 금리도 올라간다. 경제 회복의 시차 문제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분명하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약해졌다. 수출 증가세도 둔해지고 있다. 경기를 알려주는 경기종합지수는 문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미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는 의견도 있다. 잘못된 경제 정책의 폐해는 영원히 남는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문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반(反)시장 정책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권한으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통신비를 인하시키는 것보다 경쟁을 촉진하는 게 일자리를 지킨다. 정부 보조금으로 좀비 기업을 연명시키는 것보다 세금 인하가 일자리를 만든다. 재산권을 침해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면서 경제성장과 고용 증가를 바랄 순 없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투자 촉진을 위해선 산업 기반 확보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도 합리적 논의가 필요하다. 저효율·고비용으로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법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성장을 저해한다. 정부가 규제로 투자를 막고, 소유 구조를 흔들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국민연금으로 주인 행세하기보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문 정부는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슨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내 파업을 금지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국가혁신 시스템을 개혁하고 수월성 교육으로 나라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정부가 고용 시장의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진다. 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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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난임부부 ‘삼신할배’ 만나려 텐트치고 ‘노숙런’
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 ‘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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