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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 최향랑 지음 / 사계절

어느 날부터 개구리 한 마리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손이 야무지지만 돈에는 밝지 않은 한 화가가 작업실을 구하기 위해서 부동산에 들렀다가 괜찮은 제안을 받는다. 깨끗하고 아늑한 아파트에서 보증금도 없이 관리비만 내며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다. 화가는 이 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입주 조건이 약간 낯설었지만 마다할 정도는 아니었다. 입주자는 하루에 한 번씩 살아 있는 밀웜으로 집주인의 식사를 챙겨야 하고, 두 개의 욕실 중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집주인 전용이기 때문이다. 주인은 변기에서 반신욕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청소하거나 물을 내릴 때 각별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의도 받았다. 이 집의 주인은 주먹만 한 연두색 개구리였다.

개구리 한 마리와 9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그의 옷을 지어주었던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아주 부드럽게 입체적이다. 인물과 의상, 소품을 바느질해 그림을 그리고 사진기로 촬영해서 실크스크린으로 찍고, 뒷일이 짐작되지 않는 신선한 이야기를 쓴 것까지 모두 한 사람의 작업이어서 거스르게 이어붙인 곳이 없다.

최향랑 작가는 다른 감도의 손과 다른 밝기의 조리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작인 ‘숲속 재봉사’ 시리즈들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도토리도 산수유도 아기 손톱만 한 꽃잎도 그의 손에 닿으면 주인공으로 살아났다. 현실 세계가 어두운 소식을 전송하고 있더라도 최 작가의 그림책은 펼치고 있는 그동안만큼은 맑음 100%가 되게 하는 빛의 수집가였다.

‘믿기 어렵지만, 엘비스 의상실’은 세상만사를 의심하려 드는 어른 독자들까지 무장해제시키는 작품이다. 어렵사리 대학 문턱도 넘고 공무원 시험에도 매달려보고 택시 운전대를 잡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내내 가수의 꿈을 접지 못했던 한 개구리의 일대기는 이야기랄 것도 없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이 책은 말 없는 이해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누구의 인생에도 실패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풀잎이’라는 개구리에게 욕실을 내어주고 마음을 다해 돌보면서 9년을 함께 산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실인가 상상인가 경계가 안 보이는 잔잔한 판타지가 우리를 편안하게 해준다. 독자들이 각자 지니고 있을 눅눅하고 무거운 사연들도 상쾌한 일광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엘비스 의상실에서 격려의 옷을 맞추고 싶어진다. 60쪽, 1만28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