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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어진 CVID와 ‘自强 외교’ 절박성

기사입력 | 2018-06-14 11:46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양 정상 간 첫 대면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전쟁-대결’에서 ‘평화-대화’로 새로운 국면을 창출했다는 큰 틀의 긍정적 평가가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부정적 평가가 절대다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신뢰’에 집착해 ‘검증’ 부분을 경시함으로써,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모두 심각하게 위반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중 2가지만 추려본다.

첫째, 반드시 달성해야 할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서 ‘CVID’는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다. 미국이 그동안 철석같은 원칙으로 삼아왔던 CVID와 검증 및 시기 관련 로드맵 대신, 미·북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순도가 떨어지는 과거 용어를 재활용했다. 북한은 정상회담 다음 날, 미국이 단계적·동시적 행동 원칙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는데, 성명문에는 양측이 합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이 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해 보면 곧 미·북 관계 증진, 평화 체제 수립, 한반도 비핵화 노력 및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조항이 동반 진전돼야 한다는 것이며, CVID를 거부하는 북한의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미 국무장관이 곧 후속 협상을 개시한다니 지켜봐야겠지만, 김정은이 거부한 것을 김영철과의 협상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갈 길이 멀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회담의 표면적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핵을 평화 의제의 희생물로 삼았거나, 김정은에게 교묘하게 속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 북한의 핵 불포기 입장 불변이라는 우울한 마지노선을 냉혹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다른 차원의 새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제재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은 그나마 다행이다.

둘째, 협상 진행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의 안보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 사안에 대해 미국은 우리와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북한에 양보함으로써 동맹 간 신뢰를 훼손시켰다. 연합군사훈련은 단순한 전쟁놀이가 아니려니와 돈이 많이 들고 북한을 불필요하게 도발한다고 함은 한·미 양국의 군과 국민 모두에게 모독적이다. 40년 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은 결국 중도 철회됐으나, 그 후 미 의회에서 대통령의 무리한 권한 남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로 발전했다. 이번 경우에도 미 의회 및 정치권에서 공약 이행 관련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동맹은 4년 임기의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긴 수명과 가치가 있다. 우리도 과도한 연루 우려와 소심한 방기 걱정을 떨치며 동맹 강화와 자강(自强)의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세상은 앞으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이 평화협정 추진을 둘러싸고 동북아에 안보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종래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립 구도에 있어서 복잡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북한의 줄타기(등거리) 외교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이번 회담을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해체할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면 그에 걸맞은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미국이라는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핵(核)외교’로는 불확실성이 요동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고, 눈앞의 남북관계 성과에만 집중하다가 한반도 안보 경기장에서 마이너 리그로 밀려난다면 열광한 듯했던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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