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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권 ‘해체-재구성’ 불가피하다

기사입력 | 2018-06-14 11:46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야당의 몰락이 아니다. 야당의 궤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입법부도 행정부도 그리고 지방정부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단일 정당이 지배하게 됐다.

지방선거에서,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휩쓴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중 단 1석만 건졌다. 당시 민주당은 2석, 한나라당은 12석을 획득했다. 그런데 지금과는 차이가 있었다. 당시 우리당은 여당이었고, 지금 자유한국당은 야당이라는 점이다. 즉, 당시는 여당이 참패했는데, 지금은 야당이 궤멸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참패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어 나라 전반에 미치는 파괴력은 덜하다. 하지만 야당이 궤멸하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사라져 권력은 독주하게 된다. 본디, 권력이란 집중되고 독주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권력이 집중되고 독주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당에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휩쓸었다는 측면보다는 1위와 2위의 표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이는, 선거에서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한국당의 지역 조직이 거의 와해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지금 현재 당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한국당은 정당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욕심만 가진 ‘욕망의 집단’이었음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당 대표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아전인수적 발언만 계속했다. 그리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외에 다른 지도부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특정인에 대한 권력 집중이 심했다. 그러니 일반 유권자의 눈에는 권력만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비쳤을 수 있다. 한마디로 보수라는 가치의 문제는 사라지고, 권력이라는 이름의 이익만이 지배하는 집단으로 비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국을 주도할 어젠다를 선점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선거에서 필요한 구도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보수층이 이런 ‘집단’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당장을 보면 진보의 전성시대가 된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사회의 이념 지형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전쟁과 같이 자신에게 직접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사건을 겪지 않는 한 이념 지형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진보가 많아진 듯하지만, 이는 안식처를 찾지 못한 보수(保守)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보이지 않는 보수를 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권력을 견제해 정치판의 미래를 그나마 밝게 만들기 위해, 지금 한국당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당을 해체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를 바꾼다고 해서 한국당이 다시 일어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의 하부 조직이 그 정도 상태라면, 이미 한국당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당을 해체하고 다른 당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무소속으로 남아 있으면서 반성을 좀 하다가 새로운 정당으로 뭉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간판만 바꿔 다는 정도로는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엔 어림없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전패’한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야당의 궤멸이 보수의 궤멸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당은 고민할 때가 아니라 즉시 행동할 때다. 시기마저 놓쳐 버리면, 보수의 회생을 위한 기회는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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