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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懷疑論(회의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사입력 | 2018-06-14 12:05

김세중 前 연세대 교수

실망스러운 美·北 회담의 결과
태영호 公使가 예측한 그대로
북핵 폐기의 어려움 거듭 입증

‘核 품은 평화’ 우려 커지는데
文정부는 여전히 김정은 신뢰
안보는 최악 경우에 대비해야


지난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내용이 결여된, 매우 실망스러운 합의문 발표로 끝났다. 그렇지만 오랜 적대관계에 있던 양국 정상이 만나 후속 협상을 위한 길이나마 터줬다는 의미마저 부인할 필요는 없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담을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로 규정하고, 사회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시대가 이미 열린 것으로 간주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북핵 폐기 협상이 본격화한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시종일관 북측의 진정한 의도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관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변화한 행보를 ‘위장 평화 공세’로 단정하고 북핵 문제 해법으로 ‘압박과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핵이 수령 절대지배체제의 통합된 일부임을 강조하고 완전한 핵 폐기란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밖에도 적잖은 논자가 북한의 완전비핵화는 기존 북한 수령체제 아래서 실현될 수 없는 목표임을 주장한다.

이들 대북 회의론자(懷疑論者)의 목소리는 정부와 여당 그 외 일부 여권 지지자로부터 노골적 불쾌감과 격한 반응을 야기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뒤이은 만찬 자리에 여당 수뇌부는 2인이나 초청된 반면 제1야당 홍 대표는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태 전 공사는 일부 여권 국회의원에게서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는 자로 규정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그를 사지(死地)인 북한으로 추방하라는 청원이 오른다. 북핵 폐기 협상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논조는 ‘평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폄훼된다. 일부 국민도 대북 회의론자들의 언동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대북 회의론자의 존재는 좀 더 적극적인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

먼저, 주요 국정 의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거리낌 없는 표출은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의 최소한의 조건이고,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이런 사회적 가치의 수호를 위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 대북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는 북측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돕는 전략적 무기가 된다. 과거 6자회담에서 미측을 대표했던 인사는 북측 대표 김계관의 ‘난 미국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데(북한에서) 중국 쪽에 붙은 인간들이 반대한다. 나에게 힘을 실어줘야 협상을 끌고 갈 수 있다’는 말에 ‘번번이 속아 넘어가 숱하게 양보’했음을 밝힌다. 박정희는 월남 파병 당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측근에게 파병 반대 발언을 사주하기도 했다.

대북 회의론자들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책 결정 집단 내에서 작동하는 듯한 의견의 쏠림 현상 즉, ‘집단 사고’를 제어해 더 다양한 경우에 대비할 것을 촉진하는 기능도 한다. 이번 싱가포르 성명이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핵 폐기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을 되풀이해 강조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신뢰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고, 주변 인사들도 대통령과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북 회의론자는 북의 완전한 핵 포기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무엇보다, 핵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존재감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요인이며, 앞으로 북한의 생존과 관련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변화에 대처할 ‘궁극적 도구’가 될 가능성을 김정은이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은 비록 북한이 후속 회담에서 전면적 사찰을 수용하더라도 소량화한 핵물질을 은닉할 수 있는 다수의 시설을 지닌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숨겨진 핵을 실질적 역할이 거세된 무용지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은닉된 핵이 표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이 완전 핵 폐기의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안보는 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기에 북한이 ‘핵을 품은 평화’를 연출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정부의 안보 태세가 완벽을 기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새삼스레 강조할 것은, 대북회의론자의 마지막 관심도 한반도 내에 진정한 평화 체제의 구축에 있다는 점이다. 단지 그들은 이를 위해 좀 더 다양한 가능성에 대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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