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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부선 논란의 본질

허민 기자 | 2018-06-12 11:28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배우 김부선은 기자의 지인이다. 좀 튀는 면이 있지만 솔직한 여성이다. 그가 6·13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과거에 가졌던 인연과 이후 이 후보 측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두 사람의 불륜 여부가 아니다. 정치·사회적 ‘소수자’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강요와 협박과 인권침해 같은 윤리성 파괴가 더 큰 문제다.

사람은 살면서 윤리가치를 지킬 것인가 혹은 진영논리나 권력구조나 관계성을 따를 것인가 하는 딜레마와 마주한다. 김부선의 처지는 ‘관계가치와 윤리가치’ 사이의 딜레마다. 그는 이미 오래 전 기자에게 딸 미소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가 논란의 확산 와중에 오래 침묵을 지켰던 것은, 미소의 표현대로, ‘탄생 자체가 구설수였기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조용히 살기 바랐던’ 딸과의 ‘관계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탓이다. 그러던 그가 입을 연 건 당사자의 계속되는 침묵이 윤리가치를 훼손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작가 공지영은 ‘진영가치와 윤리가치’ 사이의 딜레마에서 후자를 택했다. 평화운동가로 알려진 고은광순의 경우도 그럴 것이다.

민주당 내 수많은 진보운동 출신 페미니스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뭘까. 이들의 침묵은 김부선쯤은 협박당하고 밟혀도 된다는 걸 말하는가. “쓸데없는 것 갖고 말이 많다”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이르면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윤리, 용기,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안희정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 사건’ 때에도 민주당 내 다수 진보주의자는 침묵했다. 이들은 윤리성의 회복보다 진영논리나 관계망, 혹은 권력의 향배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 때로 침묵은 폭력이 된다. 침묵은 ‘우리 안의 파시즘’을 살찌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부선의 최근 모습은 ‘난방 열사’다. 돈 몇 푼 아끼려 서울 옥수동 낡은 아파트에서 오래 난방비 투쟁을 벌였다. 김부선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건 지난해 초,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한창일 때였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정말 코미디가 뭔지 알아? 그(이재명)가 2007년 12월부터 옥수동에 드나들었는데, 그때 내 인생에서 난방비가 가장 많이 나왔어. 그 사람이 춥다고 그러니까…(난방비 안 아끼고 틀어준 거지). 좋았으니까.”

김부선의 전화를 받기 전 이재명과 대선주자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문화일보 2017년 1월 31일 자 8면) 당시 그는 김부선과의 불륜설에 “음해를 조장하는 공작세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석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시작한 공장생활, 검정고시 학력 등의 이력을 가진 그는 스스로 ‘아웃사이더’라 불렀다. 거친 인생을 산 상흔만큼이나 그를 둘러싼 ‘설’도 적지 않다. 이제 중원의 장악을 꿈꾸는 그는 자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인물과 비전이 아닌 풍문과 뒷담화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게 됐다. 그 때문에라도 더더욱 그는 10년 이상 끌어온 논란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설명해야 한다. 투표일을 맞기 전에, 윤리성을 훼손하는 방식이 아닌 지도자의 품격으로. 그게 이재명이 지켜야 할 가치다.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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