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창 상단에 버젓이 올라
실명·나이 언급 2차 피해도
포털들 “일일이 차단 힘들어”

대형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에 ‘걸그룹 연습생 성관계 유출 동영상’ 등의 키워드가 달린 댓글이 상위권에 버젓이 올라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어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 콘텐츠에서도 문제의 댓글이 계속해서 발견돼 포털 댓글 서비스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팅 모델 사진 유출, 대학 단체 채팅방을 통한 성관계 영상 유출 등을 통해 불법 촬영물로 인한 2차 피해는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23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 판에 올라온 ‘프로야구 선수 성폭행 의혹’ 관련 기사 베스트 댓글은 ‘성관계 유출 동영상’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 댓글은 ‘새벽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98년생 ○○○의 성관계 유출 동영상’이라며 상세 키워드를 검색해보라고 권유하고 있고, 추천을 무려 1600개 넘게 받아 댓글 창 최상단을 차지했다. 이 댓글에서는 여성의 실명과 나이 등도 함께 언급돼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에 “도대체 이 댓글이 왜 최다 추천 댓글이냐” “당장 삭제해 달라” 등의 항의성 답글이 올라왔는데도 다음 날까지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문화일보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삭제됐다.

댓글에 언급된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일반인·걸그룹 연습생의 성관계 유출 영상’이라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의 성관계 영상 캡처 사진들이 노출된다. 특히 일부 페이지에서는 유출 영상과 해당 여성의 생년월일과 이력 등의 개인정보를 함께 써놓은 채 이를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홍보물로까지 사용하고 있다.

네이트 등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도 문제의 댓글이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로 선정됐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언뜻 읽어보면 일반 네티즌의 댓글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면 교묘하게 불법 영상을 홍보하고 있는 등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뉴스는 연령 제한 없이 접근한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음 뉴스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댓글은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삭제하고 있다”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댓글이 달려 일일이 차단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최다 추천 댓글이 된 것과 관련해 ‘인위적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매크로(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한 추천 조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해당 댓글에 대해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