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럼 개막

마크롱·아베·왕치산 등 참석
크림반도 합병 후 최대 행사

이란·시리아 등 국제현안 개입
지정학 위치 활용 지도력 과시
국내경제 3년만에 플러스 성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세계의 제재 속에서 ‘강한 러시아’를 되살리기 위해 국제무대 전면에 뛰어들었다. 러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년 만에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는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개막식을 열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필두로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의 연쇄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25일 열리는 전체회의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각국 정상급 인사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서방세계의 제재를 받게 된 이후 최대 국제행사다. CNN은 “오늘날 푸틴은 지정학적 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며 “크렘린궁은 ‘러시아는 제재와 관계없이 비즈니스에 열려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 등을 논의했고, 지난 22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등 국제무대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 보급 국가의 위치를 활용해 각종 국제현안에 개입하면서 지도력을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5∼2016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5% 성장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 투자 펀드 대표는 “러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유가도 안정적”이라며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용적인 비즈니스 대화’가 서방세계와의 정치적 격차를 해소할 만한 다리를 놓아 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란이 (핵협정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는 이 합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해서는 “주권국가에 대한 모든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나머지는 다 불법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유럽연합(EU)에 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표단은 브뤼셀과 런던에서 열린 유럽동맹들과의 회합에서 “서방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고 사이버 공격 등을 일삼는 러시아를 제재하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의 조치는 뒤처져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악의적 행위를 막고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나오는 어떠한 틈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