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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엎을수도” 초강경 메시지… 北 ‘강경파 볼턴’ 겨냥했나

김병채 기자 | 2018-05-16 12:23

- 北 김계관 ‘경고 담화’ 배경

비핵화 방법론 조율 과정서
美 요구 수준에 불만 표출

核반출 등 리비아식 거론에
“굴복 못한다” 강력 거부감

김정은 명의로 하지는 않아
美北회담 성사 중대기로에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16일 ‘조·미 수뇌회담 재고려’ 입장을 밝힌 것은 미·북 간 물밑 조율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단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되지만, 앞으로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미·북 정상회담이 중대한 기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때만 해도 ‘만족할 만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핵화 방법론과 시기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북한이 이날 미·북 정상회담 재고까지 거론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이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 핵무기 반출’ ‘생화학무기 폐기’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물밑 협상에서 대북 요구 수위를 높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김 부상의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싸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방식이 김정은 정권의 확실한 체제 보장을 담보하지 못하고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접촉하면서 뭔가 조건이 맞지 않자 북한이 남북 관계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이나 불만을 내놓는 것 같다”며 “핵무기만이 아니라 화학무기 같은 대량파괴무기(WMD)도 다 폐기하라고 하고 인권 문제도 계속 거론하니, 북한 입장에서는 완전 굴복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가 미국의 강한 주장을 대표하는 볼턴 보좌관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와 함께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중재자를 자임하는 한국에도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이)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북·중 간 경제협력 등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있는데 우리는 언제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협상 파트너인 폼페이오 장관을 거론하지 않았고, 담화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이 아닌 김 부상 명의로 나온 것으로 봤을 때 아직은 완전히 판을 깨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성과가 담보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어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병채·박준희·김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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