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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3751명…‘自治 씨앗’ 잘못 심으면 ‘分權 독초’ 된다

이후연 기자 | 2018-05-16 11:46

③ 자치분권

광역·기초단체 예산 年 193兆
자치단체장의 권한 날로 커져
지방의회 감시·견제 중요한데
예산·인허가권 감사 유명무실

선거 당일 정당보고 졸속 투표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
통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 부여


16일로 6·13 지방선거가 28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에 누가 출마하는지 제대로 아는 유권자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등 총 3751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정작 광역·기초단체장을 견제할 지방의회 의원들을 졸속으로 뽑는 악습이 되풀이된다면 자칫 ‘제왕적 단체장’을 낳고,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7년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지방의회가 감시·견제해야 하는 광역·기초단체 예산은 193조1532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의회만 놓고 보더라도 106명의 시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을 합해 한 해 4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시의원 1인당 평균 3800억 원의 예산을 담당하게 되지만, 매년 부실 심사가 반복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예산은 매해 늘어나고 있는데, 지방의회의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천억 원의 돈이 단체장 임의대로 편성될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단체장의 인사권·인허가권에 대한 행정 감사도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지난 4월 13일 열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선 서울시의 사업을 특정 민간법인에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총 11건의 ‘민간위탁 동의안’이 상정됐지만, 의원들의 질의·응답 없이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같은 날 열린 본회의에도 민간위탁 동의안을 포함한 총 49건의 의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의원들의 ‘이의 없음’으로 통과됐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 서울시의원 후보는 “대다수가 안건을 잘 모를 텐데도 의안 보고나 심사가 서면으로만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례안 발의 때 공청회도 해야 하지만, 의원과 상임위원회가 동의하면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통과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방의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광역·기초의회 선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선거 당일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구의원 후보는 “정책공약이 전혀 의미가 없으니, 지방의원 후보들 모두 지역 토박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휘문 성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지자체장에게 ‘통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을 부여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지방의원을 제대로 뽑아야 유권자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지방분권·지방자치도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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