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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장

우리 아이 좋은 대학 프로젝트
확률 5%, 지극히 어려운 게임

입시는 ‘대다수의 실패’ 양산
나에게 맞는 대학을 찾아가야

교육문제 정책으로만 풀지 말고
성취 중시 문화론적 접근 필요

대학 입시에서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높이는 교육 정책의 변화가 알려진다. 급작스럽게 변화가 예고되다 보니 이제 ‘또’라는 일상어와 ‘백년대계’라는 성어로도 정책의 변화를 반길 수가 없다.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야 있지만, 잦은 정책 변화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 평준화와 수월성 중 어디 하나에 초점을 두게 되면 한쪽은 만족시킬 수 있지만,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입시 제도가 있을 수 없는 만큼 제도를 어떻게 보완한다 하더라도 개인별 유불리에 따라 비판과 환영의 목소리는 늘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입시 문제가 정부의 정책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신화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제도적인 접근을 그만둘 수 없지만,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욕망 자체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육 문제에 대해 욕망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으로만 접근한다면 진단이 적실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해결책도 임시방편을 벗어날 수가 없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며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 4학년 무렵이 되면 부모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대입으로 이어진다. 이를 흔히 하는 말로 바꾸면 이렇다.

“너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겠어!”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 많다. “너는 집안일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면 돼.” “우리 동네 ○○는 △△대에 합격했다더라.” “다른 건 못해도 공부 하나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 부모는 여전히 아이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학업 성적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이즈음의 아이들은 “사람은 공부 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두 종류로 나뉜다”고 말하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부모는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성적이 좀 떨어지면 과외를 하거나 정신 차리고 공부에 집중하면 언젠간 성적이 오를 터이고 결국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모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에 투자한다. 그리하여 ‘교육산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됐다. 입시 정책이 바뀌면 사교육 시장에서 기민하게 대책을 마련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 불안해하는 학부모를 안심하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근거가 약하고 가능성이 작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좋은 대학을 10곳이라 잡고 한 학교당 학생 3000명을 뽑는다고 가정해 보자. 한 해 입시생을 60만 명으로 잡으면 3만 명 정도가 이른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머지 절대다수인 57만 명이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 아이의 좋은 대학 들어가기 프로젝트는 확률이 10%는 고사하고 5% 남짓 되는 지극히 어려운 게임이다. 지금 학령인구의 절벽이라는 말처럼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확률이 다소 높아질 수 있어도 이른바 좋은 대학 들어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게 되면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합쳐 9년 동안 부모와 아이는 잘 오르지 않는 성적을 두고 작게는 잔소리와 실패의 서사를 되풀이하고, 크게는 갈등과 불화를 겪게 된다. 교육비가 한 해 1000만 원이면 9년간 1억 원 가까운 돈이 들고, 500만 원이면 50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정규 교육의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과외로 많은 돈을 들이게 된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신입생들은 모두 합격의 기쁨을 누릴 듯하지만, 뜻밖으로 그렇지 않다. 이른바 좋은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실패의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입시는 극소수의 성공과 대다수의 실패가 예견된 상황인데도 오로지 대입에 얽매이는 특성을 보인다. 모든 가정에서 사랑받는 아이의 대다수가, 성공이 아니라 실패자로서 성인의 시간을 시작한다. 대다수의 실패와 극소수의 성공을 맛보는 입시 관행을 바꾸려면 좋은 대학의 기준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이른바 좋은 대학은 고교 성적이 높은 학생이 많이 들어가는 대학일 뿐이다. 좋은 대학은 수학 과정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일궈낸 대학이다. 즉, 신입생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능력을 발굴해 졸업할 때 입학 시점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대학 입시는 나에게 맞는 대학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학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대학을 맞추는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나에게 맞는 대학 찾기에 성공한다면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의 의미도 바뀌게 된다. 이 말은 선배가 이뤄놓은 평판을 내가 나눠 갖는다는 뜻에서 지금은 내가 수행하기에 따라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개척의 특징으로 변하게 된다. 내가 나와 무관한 요소에 의해 덤으로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이 수행한 것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이렇게 되려면 우리는 교육을 정책 위주로 풀어가려는 제도론적 접근 못지않게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문화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종 채용에서 출신 학교와 관련된 정보를 가리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관행의 개선도 절실하다. 이렇게 되면 사람을 둘러싼 배경보다 사람 자체에 주목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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