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승훈 기자 jeon@

광고계 ‘아웃링크제’ 도입 촉구

온라인매체, 네이버 제휴 무기로
“기사 삭제하려면 500만원 달라”
악의적 기사 싣고 광고비 챙겨
기업, 네이버에 항의해도 無대책
돈 뜯어가도록 판 깔아주는 격

재계, 광고계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뉴스 클릭하면 포털에서 언론사로 바로 연결) 방식으로 변경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나타난 여론 왜곡의 문제와 함께, 인터넷 여론몰이를 자기 수익의 방편으로 삼는 온라인 기반 매체들의 ‘악의적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네이버 검색이 이들 매체의 ‘숙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한국광고총연합회, 한국광고주협회 등에 따르면 그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온라인 언론 매체 중 상당수가 기업에 악의적인 기사를 싣고 광고비를 뜯어내는 행태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광고계는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댓글 폐지 및 ‘인터넷뉴스 유통사업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매체 다수는 ‘네이버 검색 제휴 매체’라는 점을 내세워 기업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 홍보팀은 온라인 매체 전담자를 두고, 악의적 기사에 대응하고 있는데 매일 격무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A 기업 관계자는 “중소 온라인 매체가 기업에 내세우는 무기는 네이버에서 자신들의 기사가 검색된다는 것”이라며 “네이버를 ‘숙주’로 삼아 기업에 악의적인 기사를 쓰고 광고비를 뜯어가서 연명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A 기업은 실제로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경과와 후속조치가 언론에 보도된 지 한 달여 후 뜬금없이 온라인 매체 다수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영세 온라인 매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광고비를 받을 목적으로 악의적인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낸 것이었다. A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 한 매체를 만나자 ‘네이버 검색 매체’란 문구가 새겨진 명함을 내밀며 네이버에서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500만 원을 요구했다.

중견기업 B사의 경우 최근 한 온라인 매체가 제품 출시 내용에 관한 기사를 쓰며 확인되지 않은 대표이사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해당 내용을 다수 매체가 받아 쓰는 등 기사가 확산돼 수정을 요청하자, 해당 매체들은 어김없이 협찬 비용을 요구해왔다. B 기업 관계자는 “내용뿐 아니라 대표이사가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얼굴만 클로즈업해 악의적으로 기사에 담고, 기사 수정에는 200만 원, 사진 삭제는 300만 원을 요구했다”면서 “요구를 들어주니 그 매체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매체에서 다시 같은 기사를 올리며 돈을 요구해왔다”고 토로했다.

재계는 △한 명의 발행인이 다수의 매체 설립 △언론사 설립 요건을 맞추기 위해 가족, 친척들로 기자 수 채우기 △영세 매체끼리 담합으로 악의적 기사를 일정 시점에 같이 쏟아내기 △기사 표현 하나하나에 금액을 매겨 수정 요청 시 돈 요구하기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요구를 하는 매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네이버 검색 제휴 매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 제휴가 되는 순간 매체가 요구하는 금액이 높아진다”면서 “심지어 제휴에 대한 일종의 권리금을 책정해 매체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악의적 행태에 대해 기업들이 광고주협회를 통해 네이버에 항의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특히 기사 검색 순위를 조작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등의 여론 조작을 조장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많이 본 기사 순위를 조작하거나 실시간 검색어로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에서도 매크로를 통해 자동으로 공감 클릭 수를 올라가게 한 수법 등이 적발됐다. 이렇게 조작된 검색 순위 상위 기사에 대해 또 다수의 매체가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면서 포털 여론 조작이 이뤄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유현진·방승배·권도경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