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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권한 없고 비전문가 한계
중재 실패땐 ‘무능력 교사’ 낙인

시범운영 ‘회복적 생활교육’에
피해 부모들 “가해자 비호” 반발

학교폭력(학폭)의 해결 과정에서 교육현장의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까지 한꺼번에 ‘2차 피해’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사들은 학폭 해결 ‘비전문가’로서 실질적 권한이 없는데도 가해·피해 학생 사이에서 합의와 중재 압박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는 가해자 처벌보다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 ‘회복적 생활교육’ 방침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A 중학교 고모(여·52) 교사는 지난 3월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두 남학생이 서로 폭행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가해 학생과 다친 피해 학생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들까지 교무실로 찾아와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도 합의안이 나오지 않자 화살은 담임 교사에게로 돌아갔다. 고 교사는 “사안을 조사하고 논의 결과를 통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법적 공방이 오가는 사안에 대해선 대다수 교사가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며 “스승으로서 제자를 강하게 처벌하자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면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교사로 비판받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발표된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대한 교사의 역할과 인식에 관한 연구’를 보면, 교사들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폭 사안에 개입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어진 권한 부족과 ‘학생기록부 폭력 사실 기재’ ‘합의금 조정’ ‘피해 상담’ 등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상담전문가, 학교전담경찰관 증원을 요구했고, 학폭 전문교육제도 도입에도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해결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는 피해 학생 학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올린 학부모는 “학교 측에선 ‘회복적 생활교육’에 따라 반드시 처벌하는 게 답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와 따로 만나 대화로 해결하라고 했다”며 “이게 제겐 2차 피해고, 답답해 속만 터진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현실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처벌 위주의 생활지도보다 피해·가해 학생 간 ‘관계성 회복’에 집중해 갈등과 분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식이다. 서울 소재 학교에선 2015년부터 일부 학교가 선정돼 시범 운영 중이며, 노르웨이·영국 등 선진국도 시행 중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연구 결과 큰 효과가 있더라도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학생·학부모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작정 도입한 제도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