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거래 임원 징계 대신 보상
‘ZTE, 美서 사실상 퇴출’ 평가

미국이 북한 및 이란과 불법 거래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사실상 중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가중 처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7일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ZTE에 지난해 역대 최대인 11억9000만 달러(약 1조2700억 원) 벌금 부과 후속 조치로 관련 임원 징계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보상을 하고 상무부에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7년간 ZTE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과 기술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벌금 부과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받는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정부 등에도 제재)이 적용된 데 이어 가중 처벌을 받은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이번에 미국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접근이 원천 차단되면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가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ZTE 추가 제재 건은 최근 미국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미국 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를 이유로 취하고 있는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ZTE가 운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2012년 의회 보고서를 통해 중국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화웨이와 세계에서 네 번째 큰 통신회사 ZTE에 대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규정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