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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꼬집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기사입력 | 2018-04-17 14:27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큰 반향이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며느리의 관점에서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형식이다. 그동안 ‘시월드’ 토크쇼가 인기였다. 연예인들이 시댁에서 받은 설움을 토로하는 내용인데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순항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시월드’ 토크쇼를 리얼리티 관찰예능 형식으로 전환했다. 말로만 했던 걸 다큐멘터리식 기록 영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첫 출연자는 ‘사랑과 전쟁’의 불륜녀 역할로 유명한 민지영이었다. 프로그램은 이제 막 결혼한 새댁 민지영의 첫 시댁 방문을 관찰했다. 처가에 부담 없이 가는 사위와 달리 새댁 민지영은 잔뜩 긴장해 시댁행을 준비했고, 민지영의 친정어머니는 밤을 새워가며 사돈댁에 보낼 음식을 마련했다. 민지영에게 음식을 들려 보내며 친정어머니는 기어이 눈물을 보인다. 음식을 들고 찾아간 시댁은 거실에서 편히 쉬는 남자들 및 집안 어른들의 세계와 주방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여자들의 세계로 선명히 분할된 곳이었다. 거실에서 좌불안석인 민지영은 활동하기에 불편한 옷차림임에도 결국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일에 나선다. 이렇게 민지영은 ‘백년일꾼’ 며느리의 첫발을 내디뎠다.

개그맨 김재욱의 부인 박세미는 임신 8개월이다. 남편에게 명절 전날 일이 생겨, 홀로 짐 싸들고 칭얼대는 첫아들까지 챙기며 천신만고 끝에 시댁을 찾았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명절 음식 만들기에 돌입한다. 밤늦게까지 아이 챙기랴, 주방일 하랴, 시부모 눈치 보랴, 임신 8개월의 며느리는 몸이 파김치가 될 지경이다. 다음 날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명절상을 준비해야 한다. 뒤늦게 도착한 남편을 비롯한 남자들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음식이 차려지길 기다린다. 차례를 지낸 후 친정에 가려고 해도 시댁 식구들은 며느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시누이는 친정에 왔어도 며느리는 시댁에 남아야 한다. 속없는 남편은 시댁 어른들을 챙겨야 한다며 윷놀이판을 벌인다. 박세미는 결국 인터뷰 중에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이 영상이 네티즌을 공분하게 했다. 김재욱을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며 한편으론 며느리의 처지를 한탄하는 공감의 목소리가 커졌다. 왜 사위는 ‘백년손님’인데 며느리는 ‘백년일꾼’이냐는 것이다. 화면에 펼쳐지는 영상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어느 집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래서 시집을 안 간다’ ‘결혼하기가 무섭다’ 등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을 어느 순간 객관적인 시점에서 볼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보여주는 것을 ‘낯설게 하기’라고 한다. 일상 안에 있을 때는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거리를 두고 낯설게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하나의 깨달음을 주는 것인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는 바로 그런 낯설게 하기의 효과가 있었다.

‘시월드’ 토크쇼에서 많이 나왔던 내용이지만 말로 듣는 것과 객관적 관찰 영상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만큼 영상의 충격이 컸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언제까지 며느리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야 할까? 언제까지 명절 스트레스를 반복해야 할까? 우리가 일상으로 여겼던 관습을 돌아보게 한 방송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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