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동반… ‘가족골프’의 즐거움이란

이미지 크게보기봄의 향연 캄캄하고 어두운 그곳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와보니 화사함과 밝은 빛이 눈이 부시도록 서서히 펼쳐지는구나. 목마른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것만 같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생각만 해도 행복해요. 자연 속에서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는 골프를 시작했다. 꼭 선수로 키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은 5개월, 또 다른 아들은 1년이 됐다. 아이들이 먼저 골프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두 아들과 함께 팀을 이뤄 ‘가족골프’를 즐긴다. 자연을 벗 삼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많은 대화도 나눈다.

가족이 함께 골프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등 사교육비와 비교하면 정말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용을 건강하게 쓸 수 있어 더 좋다. 제주도는 골프장 이용 가격이 수도권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이곳은 서울처럼 쉼 없이 돌아가지 않아 좋다. 햇볕 아래서 바닷바람 맞으며 앞다퉈 자라나는 유채꽃과 벚꽃을 여유롭게 볼 수 있어 좋다. 오기를 참 잘했다.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 남들은 은퇴 이후에 슬로시티, 다운시프트를 꿈꾸지만 사십 중반에 이미 실현했다. 그동안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 살고 싶다. 그래서 제주도로 내려왔다.

국내 톱 배우로, 가수로 맹활약 중인 A는 서울을 떠나 지금 제주도에 산다. 많은 사람이 외롭지 않냐고 말하지만, 오히려 더 행복하단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예활동을 접은 건 아니다. 일정에 따라 서울을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한다. 오히려 예술적 감각들이 제주도에서 더 살아나, 더 열정적으로 뛰고 있단다.

일본 기업의 경영 천재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사람은 60점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그 사람의 열의와 용기로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성공을 사랑하는 지금 우리의 삶을, A를 통해서 반성해본다. 가족이 함께 숲길을 거닐며 꽃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면서 운동하는 것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그동안 나라는 존재는 학교와 직업, 그리고 돈에 의해 가치화됐다. 이제부터라도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살아야 한다. 삼라만상에 먼지와 같은 존재이지만 정작 나라는 존재가 없다면 이 세상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다. A는 나머지 두 명의 아이들도 골프를 원하면 기꺼이 가르칠 것이며, 그때는 두 팀으로 골프를 하겠다는 행복한 미래의 꿈을 지니고 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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