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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커트에 꽃수술 흔들면 나는야 ‘낭랑 70세’

기사입력 | 2018-04-06 10:38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국내 최초 실버치어리더팀 ‘낭랑 18세’ 단원들이 3월 22일 서울 방배동의 연습실에서 신나는 노래에 맞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국내 최초 실버치어리더팀 ‘낭랑 18세’ 단원들이 3월 22일 서울 방배동의 연습실에서 신나는 노래에 맞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국내 첫 실버 치어리더팀 ‘낭랑 18세’

치매예방체조 프로그램서 시작
평균연령 73세…매주 2회 연습
전국대회서 입상할 정도로 성장
재작년 프로야구 경기장서 공연
모든 단원 ‘함께 응원공연’원칙
“계단만 찾을 정도로 체력 회복”

14명 실버체육지도자 과정 이수
체육지도자로 제2미래도 꿈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물 지하 연습실, 진분홍색 진달래들이 곳곳에 소복하게 피어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치어리더들이 몸에 달라붙는 상의와 무릎 위로 훌쩍 올라오는 플리츠 치마를 입은 채 몸을 풀고 있던 중이었다. 평균 연령 73세, 국내 최초 실버 치어리더팀 ‘낭랑 18세’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이곳에서 치어리딩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 신입 단원이 짧은 치어리딩복 치마가 어색한 듯 쓸어내리자, 옆에 있던 선배 단원은 “처음에는 그런데 자꾸 입어 버릇하니 어색하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가 낭랑 18세지”하며 웃었다.

서로의 헤어스타일과 옷매무시를 만져주며 동기처럼 수다를 떠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22일 이곳에 모인 30여 명의 낭랑 18세 단원들은 연습 초반에 탈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춤 동작과 국민체조로 몸을 풀더니, 이윽고 ‘내 나이가 어때서’와 같은 유행곡에 맞춰 다소 격렬한 동작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유니폼의 중간에 크게 적힌 ‘NangRang’이라는 영문과 나이를 의미하는 ‘18’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연습에는 언론을 통해 우연히 낭랑 18세라는 단체를 접하게 된 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직접 단체를 찾아온 이도 있었다. 인천 영종도에서 왔다고 밝힌 59세의 한 여성은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후, 이제는 좀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먼 길이지만 찾아왔다”고 얘기했다. 60∼70대가 대부분인 선배 단원들은 “팀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며 박수와 함께 웃는 얼굴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번이 세 번째 참여라고 밝힌 한 신입 단원도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수영 등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힘들기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 낭랑 18세를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낭랑 18세는 국내 유일의 실버 치어리더팀으로 지난 2015년 창단했다. 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의 치매 예방체조 프로그램 ‘낭랑 스쿨’ 수강생들이 모여 체육 활동을 시작했고, 협회 조혜란 대표의 조언에 따라 치어리딩으로 영역을 좁혔다. 초반에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어느덧 매해 전국단위 치어리딩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다. 낭랑 18세는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열린 ‘2017 전국치어리딩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같은 달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서울총회에서도 공연을 선보였다. 10월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위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해 우수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광주에 있는 기아 타이거즈 홈 경기장에서 치어리딩 퍼포먼스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낭랑 18세의 특징은 실력이 우수한 몇몇 단원들을 선발해 무대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단원이 함께 공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굵직한 대회는 물론이고, 독거 노인 돕기 행사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35∼40명 정도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낭랑 18세는 서울이 근거지이긴 하지만 지방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고 한다. 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 측은 “지방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강사진과 단원들이 갖춰지면 거점 지역에 지부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은 적게는 매주 2회 모여서 치어리딩을 연습하며 협회 소속 강사진이 번갈아가며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어지는 훈련에 기초 체력은 필수, 단원들은 3개월에 한 번씩 하는 인바디 검사와 6개월에 한 번씩 측정하는 체력검사를 통해 신체나이 27세부터 30∼4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낭랑 18세 단원들의 설명이다. 단원들의 트레이닝을 책임지고 있는 김도연 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 팀장은 “단순하게 보여도 뇌 호흡과 근력운동 등을 통해서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후에야 치어리딩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낭랑 18세 창단 초기부터 참여한 조장 김정이(71) 씨는 “치어리딩을 하자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나이 들어 어떻게 하냐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 같은 노인들이 활기차게 사는 모습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생 식당일을 하느라 안 아픈 곳이 없었다는 그는 “재래식 화장실은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낭랑 18세를 하면서 체지방이 5㎏ 빠지고 그만큼 근력 양이 늘어 이제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만 찾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5년여간 활동한 또 다른 단원 신동임(69) 씨도 “작년에 서초동 보건소에 가서 측정했더니 신체 나이가 27세로 나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건강도 좋아졌지만, 매년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서 손주 같은 대학생들과도 겨루는데 상까지 받고 나니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제는 세계 대회를 나가보자는 목표가 생겨서 하루하루가 더 즐겁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이 현재를 즐기는 것을 넘어, 제2의 미래를 꿈꾸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낭랑 18세 회원 중 14명 정도가 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에서 시행하는 실버 체육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운 각종 체육 교육 활동을 기반으로 각종 시설에서 동년배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회복지관이나 노인대학, 노인정 등으로 실습을 나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 씨는 “협회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면서 “운동은 젊은 사람들만 하는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우리는 나이 든 사람의 몸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노인들을 더 설득력 있게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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