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LG 아트센터 제공

- 비욘세·스팅 ‘백보컬’서 솔로가수 변신 리사 피셔 내달 1일 내한공연

4옥타브 넘나드는 고음 유명
5년전 영화 출연하며 솔로로

“진심으로 부르면 마음에 닿아
재즈·가스펠·록 등 선보일 것
韓오케스트라와도 공연했으면”

루더 밴드로스, 롤링 스톤스, 티나 터너, 스팅, 비욘세, 얼리샤 키스 등…. 그와 함께 작업한 음악가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1980년대 이후 전설적 가수들의 라인 업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스타들을 향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오랜 세월 그가 있는 무대 뒤편을 비추지 않았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 환상으로 이끄는 듯한 달콤한 허밍에 감동했던 우리가 선뜻 그의 이름을 알아채지 못했던 이유다. 리사 피셔(60·사진), 화려한 타이틀 없이도 무대를 지켜 온 전설적 백 보컬의 이야기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피셔가 홀로 무대 중심에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 년. 백 보컬들의 삶을 다뤄 오스카, 그래미상을 휩쓴 2013년 작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의 성공 후 피셔는 밴드 ‘그랑 바통’과 함께 솔로 투어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4월 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지난 2011년 재즈 트럼페터 크리스 보티 내한공연 때 백 보컬로 한국 관객을 만났지만 리드 보컬로 무대에 서는 건 처음.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는 언제나 마음에 와 닿아요. 솔로로 무대에 서는 것과 백 보컬로 노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은데 이 부분 때문이죠.”

내한에 앞서 이메일로 만난 피셔는 다만 “백 보컬로 노래하는 것은 마치 ‘누에가 스스로 실을 토해 몸을 감싸는 것’처럼 메인 보컬의 노래와 음악을 한 겹 감싸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영혼의 목소리 같은 독특한 보이스…스타는 그”(스팅)라는 가수들의 찬사는 그녀를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피셔를 거쳐 간 수많은 아티스트 중 단연 꼽을만한 인물은 22년간 함께한 루더 밴드로스와 1989년부터 모든 투어 무대에 선 롤링 스톤스. 그는 밴드로스에게 “제게 음악적인 감성과 세심함, 그리고 오랫동안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아티스트”, 스톤스에게 “자유로움과 실험정신에 대한 틀을 마련해준 아티스트”라는 평을 남겼다. 특히 피셔와 믹 재거가 함께 열창하는 ‘Gimme Shelter’ 등은 스톤스 콘서트의 백미로 꼽힌다.

사실 그녀에게 일찍이 솔로로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1년 첫 솔로 앨범 ‘So Intense’를 발표해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여성 R&B 퍼포먼스상’까지 거머쥐었으나, 후속 녹음이 성사되지 않아 다시 백 보컬로 돌아가야 했다. 피셔는 “당시 제 두 번째 앨범을 만들던 일렉트라 레이블이 워너, 애틀랜틱과 함께 합병돼 WEA라는 그룹으로 재탄생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WEA는 결국 앨범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고, 전 크게 상심했어요. 전 다시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돌아가기로 결심했죠. 백 보컬로 공연하는 거요. 유명해지려고 뭐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노래만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특별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게 제겐 천직이라고 느껴져요.”

그녀에게 다시 솔로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때문. 2014년 밴드 그랑 바통과 의기투합한 피셔는 이번 첫 국내 단독공연에서 재즈, 솔, 가스펠부터 록까지 다양한 색깔을 선보인다.

“내 존재의 모든 것, 모든 부분을 쏟아붓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당장은 그랑 바통과 두 번째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제 꿈이고, 최근 시애틀 심포니와 초연한 ‘Just A Kiss Away’라는 관현악 프로그램을 한국처럼 좋은 오케스트라가 많은 곳에서도 공연해보고 싶어요.”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