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살풀이춤(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보유자였던 고 이매방 명인의 공연 모습. 문화재청 제공

무형문화재 138종목 169명
93%인 158명이 60세 이상

정부지원금 월131만원 불과
생계 어려워 젊은세대 외면

연구용역 발주·공청회 개최
문화재청, 새 해법찾기 박차

황해도를 대표하는 봉산탈춤은 요란한 음악 소리에 맞춘 화려한 춤사위, 시대를 풍자하는 재담과 노래, 비사실적인 가면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때는 서해안 일대에 난립한 수많은 단체를 통해 전승돼 왔다. 그러나 1967년 6월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며 전승단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행 무형문화재법상 무형문화재 전승자는 보유자, 보유단체, 전수교육조교 및 이수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6년 태평무 보유자 선정을 놓고 문화재청이 뽑은 4명의 후보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양성옥(6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보유자로 인정예고되자 다른 후보 3명이 격렬히 반대해 태평무는 현재까지도 보유자 지정이 보류된 상태다.

국가의 소중한 전통문화 자산인 무형문화재가 총체적으로 전승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2018년을 무형문화재 전승 활성화 원년으로 정하고, 연구용역 발주와 함께 공청회, 워크숍 등을 개최해 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전통문화는 1962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가적 차원의 보호 아래 전승 보존돼 왔다. 국가무형문화재는 138개 종목이고, 보유자 169명, 보유단체 66개, 전수교육조교 285명, 이수자 6171명이다.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도지정무형문화재는 548개 종목이고, 보유자 580명, 조교 484명이다. (2018년 2월 기준)

그러나 제도 시행 55년이 흐르며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의 틀로 인해 최근 계속 문제를 야기해 왔다. 무형문화재법에 명시된 전승권뿐만 아니라 보유자의 고령화, 비현실적인 지원금에 대한 지적이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먼저 고령화부터 살펴보자. 그동안 종목별로 주로 1명 또는 소수의 보유자를 유지해 왔으나, 종신제로 인한 고령화 가 가속돼 왔다. (표 참조)

국가무형문화재의 경우 전체 169명 가운데 93%인 158명이 60세 이상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문화재청 훈령을 개정해 보유자 선정을 10년마다 한 차례씩 정기화하기로 했다. 또 보유자 다수 인정을 정책 방향으로 삼고 보유자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올해 문화재청의 연구용역에서도 보유자의 종신적 지위 보장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적 전승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예능보유자 58명, 공예보유자 58명 등 116명 인원을 정해 놓고 결원이 생겼을 때 종목과 상관없이 인원을 보충, 종목별 보유자 인정 갈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지원금도 문제다. 매월 보유자에게 131만7000원, 전수교육조교에게 66만 원, 보유단체에 350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들에게 이 지원금은 생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액수다.

젊은 세대가 전수교육조교 및 이수자에 지원하지 않는 것도 그 같은 비현실적인 지원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재 보유자가 부재한 종목은 태평무와 살풀이춤, 배첩장을 비롯해 8종목, 전수교육조교가 부재한 종목은 무려 25종목이다. 무형문화재 전승이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는 현실을 실감 나게 하는 수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유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비롯, 고령화 비현실적인 지원금 등의 문제에 대해 연구용역기관은 물론 인간문화재 당사자, 문화재청 실무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올해 안에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