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며 14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해 미리 허락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출마는 이개호 의원의 불출마와 연관돼 있다. 민주당이 제20대 국회 후반기(5월 30일 시작) 원구성을 앞두고 국회 1당을 유지하려 이 의원 불출마를 설득했고, 김 장관이 대신 등판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의원이 후임 장관으로 거론된다고도 한다.

장관직(職)을, 그리고 농림·축산·식품 국정을 ‘정치 스펙’ 쌓기나 더 좋은 자리로 가는 징검다리쯤으로 여기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 7월 4일 취임한 김 장관은 새 정부의 첫 농림장관, 즉 ‘조각(組閣) 장관’이다. 문 정부 5년 농정(農政)을 설계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촌각을 아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다. 5년 임기를 함께할 각오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사양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도 그런 사람을 골랐어야 했다. 농정 발전에 뼈를 묻겠다는 소신을 가진 유능한 인재는 많다. 9개월이면 업무 파악하다가 그만두는 셈이다.

농업은 사양산업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 및 첨단기술과 결합한 융복합 생명산업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김 장관 진퇴는 이런 농업에 대한 배신도 된다.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도 전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전남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로 불리며,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지이다. 이들의 전남지사 각축이 더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