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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안진용 기자 | 2018-03-13 14:22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의 시작은 불리하다. 요즘 극장가에서 멜로 영화의 수요가 적고, 시기적으로도 비수기다. 일본 유명 원작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알고 있는 관객도 적잖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공법으로 승부를 건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연출도 깔끔하다. 무엇보다 소지섭-손예진, 두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다. 원작의 팬이라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결과적으로, ‘괜찮은 영화’여서 추천할 만하다.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는 어느 여름날, 세상을 떠나기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녀가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남편 우진(소지섭)을 기억하지 못한다. 우진은 수아와의 첫 만남, 첫사랑, 첫 데이트, 첫 행복의 순간을 함께 나누며 다시 사랑에 빠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영화의 특유의 멜로 공식에 부합한다. 학창시절부터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이어지지 못했던 남녀, 순정만화 같은 사랑, 일상에 발붙인 소소한 에피소드 등. 그 감성은 두 배우를 만나 한국 정서에 맞게 훌륭하게 치환된다.

또한 이 영화는 멜로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결코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다. 말을 걸어보려 펜을 빌려 달라는 남학생과 괜히 쌀쌀맞게 굴고는 후회하는 여학생, 좋아하는 이에게 전화를 걸지 못해 공중전화 앞에서 망설이는 남자와 언제 걸려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며 애꿎은 전화기만 바라보는 여자, 영화를 보기보다는 ‘손 한번 잡아볼 수 있을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던 영화관의 추억, 헤어지기 싫어서 숱한 버스를 흘려보내던 남녀 등. 이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남녀의 사랑이 씨실이라면, 자녀를 향한 사랑은 날실이다. 몸이 아파 아들 지호(김지환)와 함께 달리는 것조차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아빠, 엄마가 없는 1년 동안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 철들어버린 아들의 모습이 더 미안한 엄마, 그런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아들 지호까지.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새롭지 않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 세상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법한 사랑의 감정을 적절한 선에서 터치하며 ‘울어도 괜찮다’는 듯 토닥인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인 ‘비’를 즐기는 것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때로는 시원하게 퍼붓고, 때로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순정소설인 ‘소나기’ 이후 ‘클래식’ ‘동감’ ‘연애소설’ 등 숱한 멜로 영화에서 그랬듯,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더없이 좋은 도구다.

군더더기 없는 영화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멜로 기근 시대를 촉촉이 적시는 마중물로서 손색없는 귀한 멜로 영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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