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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보다 짙은 어둠 속의 아름다움

기사입력 | 2018-03-13 14:18

이재삼, PINK MOON(핑크 문), 194×518㎝, 캔버스에 목탄과 아크릴, 2017 이재삼, PINK MOON(핑크 문), 194×518㎝, 캔버스에 목탄과 아크릴, 2017

“오, 밤이여! 그대의 신비, 매혹적인 고요를 이 대지에 불러오누나….” 이재삼의 ‘달빛 연작’ 앞에 서면, 영화 ‘코러스’의 ‘La Nuit’(라 뉘·밤)라는 청아한 야상곡이 들려온다.

가로가 거의 5m에 가까운 압도적인 대형 화면에 칠흑 같은 어둠이 육중한 가부좌를 틀고 있다. 검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허공은 별처럼 꽃망울들이 흩뿌려져 있다. 달빛을 머금은 은하수 같은 꽃망울…. 그 숭고함과 오묘함에 눈썹이 파르르 떨려온다.

불길 속에서 사리처럼 수습된 숯(목탄)으로 나무를 영감 있게 재현했다. 이로써 전생의 연이 또 하나 이어진다. 나무여, 천 갈래 만 갈래 하늘을 향해 뻗고서 천 년의 생을 누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을 간직했을꼬. 그리 외경하여 ‘신목’이라 했고, 그의 신탁을 듣고 싶어 하는구나.

‘개념’ 과잉, 혹은 감정 과잉으로 수다스러운 현대미술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동의 장면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도시미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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