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원칙’ 재확인하며 속도
오늘 초안확정 내일 文보고

민주 ‘3+3+3’ 카드 野 압박
한국 “개헌 당론 이미 정리”
평화당 등 “국회 주도 개헌”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 후라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내놓을 경우 정부안을 철회할 방침인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가 합의해 하나의 개헌안을 마련한다면 정부 개헌안을 철회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만들면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정부 개헌안 발의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부안 철회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국회가 조속히 개헌 논의에 나설 것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2일 정부 개헌안 초안을 확정,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함에 따라 정치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헌법자문특위 초안이 오늘 마련된다”며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 이어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까지 답보 상태인데,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개헌안 발의를 마냥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등 야당이 계속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개헌안 발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각 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헌정특위 간사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3+3+3 협의체’를 가동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자며 야당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개헌안 발의를 ‘관제 개헌’이라고 비판하는 데 주력해 온 한국당도 대응책 마련에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개헌과 관련한 향후 일정과 주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 소속인 김재경 국회 헌정특위 위원장은 “권력 분산에 초점을 맞추되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갖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당 당론은 이미 정리된 것과 다름없다”면서도 “원내 전략과 선거 전략 등을 고려해 개헌안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국회 주도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당과 한국당 양쪽에 각을 세우고 있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개헌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정부 주도의 개헌에 국회가 동참하는 것은 주객전도”라며 “개헌은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주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윤희·장병철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