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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평창 성공에는 여러 요인 작용
국가대표 선수는 國威도 선양
장기 투자와 저변 확대가 필수

‘경제 올림픽’ 비결도 마찬가지
중소·중견기업 저변 더 넓히고
피 말리는 ‘1등 경쟁’ 지원해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수고했어요, 평창”이라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한국어 인사말과 함께 지난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15개 종목에 146명의 선수를 출전시켰고, 6개 종목에서 역대 최다인 17개(금 5, 은 8, 동 4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순위 7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역시 역대 올림픽에서 선전했던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3개의 메달을 따냈다.

2관왕을 달성한 최민정 선수나 세 번의 올림픽에서 3연속 메달을 따낸 이상화 선수, 그리고 ‘갓 승훈’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실력과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이승훈 선수는 큰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스켈레톤, 스노보드, 봅슬레이, 컬링 등 비인기 종목에서 처음으로 1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을 따내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은 훨씬 더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다.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설날 아침 전국에서 온 국민이 환호했고, 생소했던 컬링 경기에서 이른바 의성 ‘팀 킴’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녀노소가 함께 울고 웃었다.

전통적으로 동계 스포츠 불모지인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도 뿌듯한데 메달 순위에서 7위에 오르고 메달의 다변화도 이룰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秘訣)이 무엇일까? 개최국 어드밴티지가 작용했을 수도 있고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 사람이 외면한 외로운 길을 선택하고 청춘의 눈물과 땀을 바친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력이 가장 큰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상화 선수의 발바닥 굳은살이나 윤성빈 선수의 허벅지, 그리고 컬링의 김은정 선수가 외쳤던 “영미∼”라는 주문은 이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였기에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진정한 동계 스포츠의 강자가 되는 길은 국민 모두가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동계 스포츠의 저변을 넓혀 대중화를 이루고 사회체육을 강화하는 한편,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기에 당분간은 소수 정예를 국가대표로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밖에 없다. 사실, 국가대표 선수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에 출전해 입상하거나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 국위(國威)를 선양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게 된다. 국가대표는 국가의 홍보대사이자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성공한 국가대표는 다음 세대의 롤모델이 돼 새로운 영웅을 길러내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박세리의 성공을 보면서 박세리 키즈가 탄생했듯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와 이승훈을 동경하는 후배들이 김연아 키즈나 이승훈 키즈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경제 선진국이 되는 길은 중소·중견 기업을 육성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인 우리 경제의 체질을 이렇게 바꾸는 것은 단기간에 달성하긴 어렵다.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고 중소기업의 저변이 넓은 선진국 모형을 쉽게 이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동계 스포츠의 경우처럼 국가대표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게 하고 그들의 키즈를 지속적으로 키우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분위기는 세계 시장에서 국가를 대표할 만한 활약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응원하긴커녕 반(反)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면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핍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동계 스포츠에서 국가대표의 존재가 의미가 있듯이 우리 경제는 아직은 경쟁력이 있는 일부 기업들 위주로 경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하는 형편이기에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국익을 추구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주요 기업들을 국가대표로 대접해야 한다. 물론 이번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처럼 국가대표의 본분을 망각하고 품격을 저버릴 경우에는 사회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열악한 국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을 명백한 사유 없이 비난하거나 정치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 응원과 격려이듯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는 뜨거운 응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