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힙합가수 이어
개그계도‘미투’동참 조짐
유명배우 이름도 오르내려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 속에서 상대적으로 침묵을 지키던 영화계와 가요계를 비롯해 방송가에서도 동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중에게 이름이 친숙한 인물들이 하나씩 거론되면서 미투 운동이 더욱 강한 폭발력을 갖게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설 연휴 기간 개봉된 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경우 뮤직비디오 오디션을 보러 온 신인 여배우 A 씨를 성희롱한 사실이 22일 드러났다. 조 감독은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고 말했고 A 씨가 이를 폭로하는 글을 게재하자 “사과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고 재촉하기도 했다. 결국 ‘흥부’의 제작사는 조 감독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언론인터뷰, 무대 인사 등에서 그를 배제했다.

같은 날 힙합 가수 던말릭 역시 미성년자 팬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21일 SNS를 통해 “여고생 불러다 성추행하고 어떻게든 함 해보려고 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던말릭은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던말릭의 소속사는 그를 퇴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그맨은 문화일보에 “개그계만큼 이런 추문이 많은 곳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연극배우들처럼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각종 성폭력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방송사 공채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엄격한 기수 문화 속에서 유사한 피해를 겪곤 한다. 이 개그맨은 “술자리에서 농담을 가장한 성희롱을 일삼고 일부 신인 개그우먼에게 장기자랑을 시키며 옷을 벗게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개그우먼도 포함돼 있어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미투 운동이 영화계, 방송가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유명배우 오모 씨, 조모 씨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의 이름을 직접 공개한 사례도 없기 때문에 아직은 수면 아래 사안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름이 거론되기만 해도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 증거나 정황 없이 실명을 거론하는 건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