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병임(앞줄 왼쪽 여섯 번째) 할머니와 가족들이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 yt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임家네 한마음체육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한 모습. 임재희 씨 제공, 연합뉴스

매년 모여 가볍게 오락성 경기
“온가족 건강·화목 다지기 최고”

“‘대빵’ 우리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 모습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고, 우리 가족 모두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부담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충북 청주시에는 4대 한 가족이 한데 모여 매년 체육대회를 연다. ‘임家(가)네 한마음 체육대회’가 그것이다.

2015년부터 매년 봄이나 가을철이면 임가네 가족은 체육대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가족 내 최연장자인 이병임(91) 할머니를 필두로 아들, 손자, 며느리에 증손자·증손녀까지 4대에 걸쳐 28명이 자리를 함께한다. 모임 총무 역할을 하는 청주시청 공무원 임재희(여·41) 씨는 “저부터 시작해 연령대가 비슷한 사촌들끼리 일종의 계 모임을 하다 체육대회를 한 번 해보자고 한 게 계기가 됐다”며 “이후에 부모님들께서 ‘우리도 끼워달라’고 해서 임가네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처음에 한 번 열고 나니 부모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매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1년에 한 번씩 체육대회를 열고 있다”고 했다.

가족애로 똘똘 뭉친 28명은 체육대회를 위해 단체로 흰색 티셔츠도 맞췄다. 티셔츠 앞쪽에는 하나같이 ‘I ♥ Famil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뒤쪽에는 ‘큰아들’ ‘사위’ ‘둘째 며느리’ ‘막내며느리’ ‘손자 1’ ‘손녀 2’ 등 가족서열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이병임 할머니의 가족 서열은 최연장자임을 상징하는 ‘대빵’이다.

설, 추석 등 명절 때도 모두가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이 할머니는 무척 행복해한다는 게 임 씨의 전언이다. 해를 거듭해 가족 체육대회를 진행해 오면서 게임 종목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 할머니와 여자들의 참여를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임 씨는 “1회 때는 피구, 배드민턴, 농구 같은 스포츠 종목을 주로 해왔는데, 어르신과 여자들이 힘들어해 2회 때부터는 몸으로 속담 맞히기, 이구동성, 풍선 터트리기 등 오락성 게임을 넣기 시작했다”며 “오락성 게임에는 구순이 넘으신 할머니와 함께하는 게임도 있어 할머니께서도 즐거워하신다”고 했다.

임가네는 체육대회를 마친 뒤 즉석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가족 구성원 간 화목을 과시한다. 임 씨는 “올해는 5월이나 9월쯤 가족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우리 가족 모두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진민수 기자 stardu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