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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훈련, 남북 흥정거리 될 수 없다

기사입력 | 2018-02-13 12:10

박용옥 前 국방부 차관

평화와 화합의 축제여야 할 평창동계올림픽이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기보다 오히려 더 키우고 있으며,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 전망도 밝지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 가지만 생각해 보자.

첫째,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핵확산금지조약, 국제원자력기구, 유엔안보리 등 국제기구의 무기력에 따른 북핵 위협의 증대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둘째,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확고한 대북 인식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이념적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문 정부의 친중·친북 성향은 트럼프 미 행정부와 불협화음을 빚고, 일·중·러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이러한 현상에 비춰, 한국의 안보 상황은 지금 현저하게 취약한 상태다.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은 국론 통합과 견고한 동맹관계다. 국론분열과 동맹관계의 이완은 안보 태세의 붕괴를 초래한다. 특히,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안보를 보장해 왔다. 이를 성원하는 한·미 양국민의 인식도 확고했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이 국가 안보 태세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이미 확연히 드러났다. 그 대표적 사례가 올림픽 기간 중으로 예정돼 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한 조치다. 문 정부의 훈련 연기 요구를 미국 군사 당국이 받아들였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간절히 바라던 문 정부는 한반도 군사 긴장 완화를 내세워, 철통같이 유지돼야 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희생물로 삼은 것이다.

한편,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평화적 이미지를 부각해 한국 사회의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고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한편, 계속 고조되고 있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옵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등 다목적 대남 전략의 하나로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택했다.

지난 9일 올림픽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인 김영남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전략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이 아닌 영구 중단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무기한 연기나 영구 중단 문제를 미국 측에 다시 거론하게 된다면, 이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의 와해를 의미한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한미연합군사령부, 연례한미연합군사훈련, 연례한미안보(군사)협의회의의 3축 체제로 뒷받침된다.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두 축은 자연히 기능이 약화하거나 소멸되는 체제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면 이는 결국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국가 안보 체제의 붕괴다.

미국 정부는 더는 한국 정부를 신뢰할 만한 동맹의 파트너로 간주할 수 없을 것이며,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처리될지도 모른다. 한·미 연합훈련은 결코 남북 간의 흥정거리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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