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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旗에 가린 北核위기 본질

기사입력 | 2018-02-13 12:18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남북 공동입장에 김정은 친서
北의 평창 행보에 견제와 경고
독일의 경우에 비해 경계는 덜해

대다수 국가는 경제 압박 선호
미국-북한의 기본 입장은 불변
3월 말 넘기면 더 심각한 결과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旗)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2007년 창춘(長春)동계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의 재등장이었다. 올림픽 개최국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북한 최고위층 인사들의 방한과 문재인 대통령 방북을 초청하는 김정은의 친서가 함께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상징이 됐다.

그러나 한반도기에 쏟아진 긍정적 기대와는 달리 저류에는 심각한 정치적 긴장이 흐르고 있다. 21개국에서 방문한 26인의 각국 최고위 인사들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해빙 움직임에 축하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견제와 경고를 빠뜨리지 않았다. 1960년대 동독과 서독이 단일기를 들고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세계는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았다. 흑·적·금의 국기에 빨간 줄과 흰색의 올림픽 상징을 덧댄 동서독 단일기는 통일 독일 상징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만일 동서독의 올림픽 단일기가 통합된 강한 독일을 상징하는 국기였다면 서구사회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으로 강력한 독일은 당시 금기에 가까웠다. 거기에 비하면 한반도기에 대한 주변국의 경계는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한반도기 아래서 흐르는 정치적 긴장은 독일의 사례와 달리 강한 통일 한국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를 두고 각국이 지닌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이전 북한의 핵 개발과 실험이 촉발한 국제적 안보 위기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다변화했다. 특히, 한 편의 극단적 입장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른바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제한적 북한 핵시설 타격 전략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중국 역시 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없다. 국제질서의 안전과 평화라는 미명 아래 한국의 일방적 희생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다수의 국가는 경제적 방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에 동조한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 4강이 모두 강력히 주장하는 방식이다. 국내 보수 정당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교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 앞에서 다수의 국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유인이 강하다. 어느 정도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며, 지금까지 경제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국제 사회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문 정부와 여당은 평창올림픽 한반도기의 위세에 기대어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도는, 북한이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 모든 물자를 봉쇄하자는 결의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군사 대결 위험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은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도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기존 대결 구도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핵·미사일 제재가 거의 ‘전면 봉쇄’ 수준으로 강화되고, 이에 따른 체제 어려움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신년사에서는 과도한 도발 행태로부터 벗어나려는 제스처를 보였으며, 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은 떠들썩한 외신 보도나 신식무기의 선전 없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평창 한반도기는 이처럼 상이한 전략적 모색이 이뤄지는 가운데 휘날리고 있다. 군사 대결의 가능성에서부터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까지 한반도의 안보 위기와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대립·대결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고려되고 있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고집과, 반드시 ‘비핵화’시키겠다는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의 기본 전략은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잡은 두 손은 이런 근본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의 국면으로 치닫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 의지와 문 대통령의 ‘운전 실력’이 한반도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필수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어진 시간은 3월 말까지의 40여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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