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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영어 학습’ 길도 열어야 한다

기사입력 | 2018-02-09 14:46

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최근 영유아의 ‘놀 권리’를 앞세운 영어수업 금지 조치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가 일단 ‘금지 조치’를 거두고 ‘정책 유예기간’을 갖기로 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어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이 워낙 큰 데다, 정치권에서도 초등 1, 2학년생에게 방과 후 영어수업을 부활시키고 영유아에게도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언어교육정책이 정교하게 추진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고려 광종 때 중국어로 치러지기 시작한 과거시험이 우리의 언어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으며, 학술 개념어는 거의 100%가 한자어이다. 그동안 아름다운 고유어를 많이 잃어버렸다. 대표적으로 현대어에 내일(來日)의 고유어가 없다. 그제 어제 오늘 모레 글피가 다 고유어인데, 내일만 한자어다. 내일의 고유어가 본래 없지 않았다. 우리는 ‘내일’을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어 국수주의로 마음을 바꾼 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고유의 언어문화를 지키면서도 세계와 호흡하고자 언어 개방 정책을 펴왔다. 원어민 교사를 초청해 초·중·고등학교에 배치하고 조기 영어교육도 추진했었다. 우리의 언어정책은 제2 언어로서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해 교육부나 학부모 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최근에 교육학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인지발달, 도덕발달 과정을 관찰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아이들의 뇌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뇌과학에 따르면, 언어능력은 전두엽이 충분히 성장하고 두정엽과 측두엽이 자라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시기에 성숙한다고 한다. 언어 생성 능력을 관장하는 브로카 영역은 3∼6세에 성장하는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고, 언어 이해 능력을 관장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7∼12세에 성장하는 측두엽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언어 자원이 부족한 외국어 교육은 베르니케 영역이 성장하는 초등학생 때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물론 언어 자원이 풍부한 모국어 교육이나 양쪽의 언어 자원이 비등한 이중언어 교육은 0세부터, 또는 태어나기 전에 태교로도 할 수 있다.

뇌과학의 지식은 설득력이 매우 높지만, 최종적인 건 아니다. 뇌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마다 뇌가 다르고, 사용하기에 따라서 뇌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뇌과학의 지식을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영아 때부터 아버지의 열망에 따라 음악 공부에 몰두해서 크게 성공하지 않았던가?

뇌과학의 지식이 확정적일 수 없는 한, 학부모의 열망이 반영될 수 있는 교육영역을 허용해야 한다. 초등 1, 2학년은 물론 영유아들에게도 방과 후 프로그램은 교육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규제가 많은 교육 현장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마저 통제된다면 아이들의 성장 환경이 지나치게 획일화한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면서 영유아의 언어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영어수업을 권장하지는 않더라도 허용은 해야 한다.

이중언어의 교육 환경이 아닌 한, 언어능력은 모국어에서 키워진다. 모국어 능력이 뛰어나야 외국어도 쉽게 습득한다. 고유의 언어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든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든, 교육부는 영유아의 교육 현장에서 모국어 교육이 잘 이뤄지도록 힘써야 한다. 모국어 능력은 결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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