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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지능’ 지적장애 청년, 유엔서 영어로 ‘人權’을 말하다

지건태 기자 | 2018-01-18 11:38

지난해 12월 유엔 세계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배범준(오른쪽) 씨. 배범준 씨 어머니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유엔 세계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배범준(오른쪽) 씨. 배범준 씨 어머니 제공, 연합뉴스

‘세계 장애인의 날’ 연설, 발달장애 첼리스트 배범준 씨

“장애인의 날 발표 기회 달라”
한달 연습해 연설… 감동 박수
“어려운 아이들 위해 연주 꿈”


“지적장애인은 아기가 아닙니다. 장난감이 아닙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릅니다. 언어가 느립니다. 이해도 느립니다. 행동도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기다려 준다면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서 온 청년이 한 달간 연습한 영어 실력으로 당당히 말하자 감동 어린 박수가 터져나왔다. 몸은 20대 성년이지만 3세 수준의 지적 수준을 가진 발달장애인 배범준(21) 씨가 지난해 말 유엔본부에서 한 발표문이다. 그는 서툰 영어지만 또박또박 지적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세계인들 앞에서 말했다. 앞서 그는 빼뚤빼뚤한 한글과 영어로 ‘저는 한국 서울에 사는 배범준입니다. 3세 지능의 지적장애인입니다.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뉴욕 유엔에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발표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편지를 유엔에 보냈다.

3세 때 외부 충격으로 일부 기억상실증과 무언증을 앓았던 배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어눌한 말투 탓에 따돌림을 당했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친구들에게 폭행과 ‘왕따’를 당하며 증세는 더 심해졌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인으로 살아갈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온통 죄책감뿐이었다.

배 씨의 어머니 김태영(52) 씨는 “초등학교 때 아들이 집에 와서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꾸 때린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아들 말을 믿지 않았다”며 ”때렸다는 친구들이 모두 모범생으로 불리는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때 왜 아들 말을 믿어주지 못했는지 지금도 자책한다”며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한 아들을 곧바로 특수학교로 보냈더라면 장애가 더 심해지진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했다.

장애인에게 개방적인 미국으로 이민을 갈까도 생각한 김 씨는 남편의 만류로 한국에서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배 씨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장애인 학생들이 한데 모여 교육을 받는 특수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때 인지능력검사에서 지적능력이 3세 수준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배 씨는 현재 백석예술대 클래식 학과(첼로 전공)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배 씨는 최근 한강 유람선 아라호 선상에서 연주회를 갖고 수익금의 전부를 생리대도 살 수 없는 사각지대 청소년에게 기부했다. 배 씨의 소원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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