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늘 하던 대로 ‘무단주차’ 큰 인명 피해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발생 한 달을 앞둔 17일 제천시 하소동 화재 현장 인근 이면도로 양편으로 여전히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참사 현장 다시 가보니…

소화기점검서명 작년 6월이 끝
11월에 소방안전 우수업소 지정

소화전 앞엔 찜질방 매트 수북
비상구 여니 통로에 박스 가득

화재현장 주변엔 무더기 주차
중형차 1대 간신히 지나갈 판

29명이 숨지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참사 피해가 커졌던 것은 가려진 비상구,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만든 불법 주차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약 한 달 만에 다시 둘러본 제천시 곳곳은 벌써 참사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

17일 제천시의 한 영화관. 1층 매표소 앞쪽으로 지난해 11월 1일 자로 충북도 소방본부로부터 ‘소방안전관리 우수업소’로 지정됐다는 명패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 영화관의 화재 대비 태세는 우수하다고 평가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3층 비상구 구석에 놓여 있는 소화기 점검표에는 지난해 7월부터 서명이 돼 있지 않았다. 2층의 소화기는 10월부터 서명이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황당하게도 1·4층 소화기는 지난달까지 매달 꼬박꼬박 점검 서명이 돼 있었다. “매달 소화기 안전핀·게이지·호스 등을 점검한 뒤 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 “1층과 4층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서명만 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영화관 관계자는 “(2∼3층 소화기 점검표) 서명란 재질이 비닐이라 (글씨가) 지워진 것 같다”며 “얼마 전에 그 사실을 파악하고 관계자를 문책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지역 명소로 소문난 제천시 청전동의 한 찜질방. 한쪽 벽면에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지만, 바로 앞에 찜질방용 매트가 수십 장 쌓여 있어 덮개를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트 더미의 무게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도 소화전을 이용하려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의림동의 한 찜질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비상구를 흡연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고, 이곳을 제외하면 화재 시 손님이 대피할 만한 다른 통로를 찾기 어려웠다. 병원, PC방 등이 입주해 있는 남천동의 한 6층 건물 비상구 관리도 1층을 제외하곤 낙제점이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구가 붙어 있는 2층 비상구 문을 열어봤더니 상자 등 화물이 쌓여 있어 외부로 나갈 수조차 없었다. 3∼5층은 비상구가 잠겨 있었다.

이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은 충북도 소방본부가 참사 이후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일제점검을 벌인 뒤의 일이다. 도 소방본부는 도내 유사시설 115개소를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벌여 67개 업소에서 74건의 소방 관련 법규 위반 등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비상구나 피난 통로에 장애물이 있는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었다.

불법 주차도 여전했다.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 사고 현장 인근 약 270m 거리 양쪽으로 승용차 31대가 무더기로 주차돼 있었다. 폭이 5∼6m 남짓한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들 사이의 간격은 3m 안팎에 불과해 소방차는커녕 중형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정도였다.

제천 = 김성훈·조재연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