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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부임한 지난해 6월, 우리 해운산업의 현실은 장기 해운 불황으로 체력이 약해진 환자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심각한 외상까지 안게 된 위급환자 상태였다. 세계 7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며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반 토막 났고, 해운산업 매출액도 1년 새 10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살아남은 현대상선도 3년 연속 적자와 함께 부분자본잠식 상태였고, 장기간의 해운 불황에 그간 건실했던 중견 선사들도 하나둘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 내 위기감이 지속됐다.

물론,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긴급 정책자금을 통해 유동성 지원과 선박 신조 지원을 확대했고, 시장 상황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하지만 세계 5위 해운 강국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정책 처방보다 종합적인 체질 개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였다. 흩어져 있던 지원들을 모으고, 단편적인 정책들을 묶을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더 늦기 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양적·질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점에서 2017년은 한국의 해운 재건을 위한 치열한 준비기였다.

그중에서도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은 우리가 준비해온 해운 재건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기존의 단편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해운 전문성과 금융·산업 지원 기능을 모두 갖춘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은 해운 재건의 시작점이었다. 다행히 해운 재건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국회의 적극적인 지지로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이 지난 연말에 제정됐고, 올 7월 법정자본금 5조 원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공사 설립과 함께 노후 선박 대체 건조를 위한 폐선 보조금 도입, 글로벌 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형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설립, 유사시 해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필수 해운 제도’ 도입, 선주·화주 상생 협력 등 해운산업의 아픈 구석 곳곳을 치료할 수 있는 과제들도 차근차근 챙기고 있다. 선사들도 이러한 정부 노력에 호응해 선사 간 자율 협의체인 한국해운연합을 구성해 자발적으로 11척의 선박을 구조조정했다. 그간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선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궈낸 유례없는 협력의 결과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이제 본격적인 해운 재건(再建)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시스템이 갖춰졌다. 조만간 ‘뉴 스타트(New Start),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이러한 정책들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많은 해운 전문가가 2020년을 세계 해운시장의 새로운 격변기로 예상한다. 2020년 예정된 선박의 온실가스, 황산화물 등의 배출 기준 강화, 선박 평형수 처리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환경 규제는 해운선사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줌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누적된 선박과 물동량 수급 불균형이 개선되면서 기나긴 해운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선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해운 역사를 언급하며, 이러한 시장 변화는 우리에게도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선박 건조에 소요되는 2년 안팎의 기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해운 재건에 나서는 2018년은 해운 재건 원년(元年)임과 동시에 재도약을 위한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직 늦지 않다.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해운산업의 재건 과정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