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또 한 번 무리수를 던졌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주는 3년 간 구인활동이 막히는 건 물론, 7년 간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아 금융권 대출도 끊긴다. 신불자(信不者) 낙인은 사업 기회를 박탈하는 경제적 사형선고와 같다. 최저임금법엔 3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처벌 조항이 있다. 이것도 부족해 시장에서 아예 쫓아내겠다는 고강도 징벌이다.

법을 위반하면 처벌은 마땅하지만, 그에 앞서 지킬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13.6%, 근로자 수론 266만 명이다. 올해에는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20%를 넘겨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현실과 정책 당위 사이에 끼인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정부 역할이지만, 채찍을 앞세우면 불법과 편법이 더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고용부가 최저임금 위반자 처벌 모델로 삼으려는 임금 체불의 경우 적발 사례의 90%가 30인 미만 사업주다. 정부가 꺼낸 고강도 징벌의 주 타깃은 경제생태계의 을(乙) 중 을인 소상공인이 될 거라는 뜻이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의견은 듣지 않고 강행했다. 목표 기간 3년 중 첫해 인상률만으로 사업 축소, 감원, 물가 인상 등 현장의 여파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정부는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급격한 인상 속도를 늦추고, 최저임금 산입 대상을 늘리고, 지역·업종별로 차등을 두는 등의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문 정부는 모든 부담을 사업주에게 떠넘긴 채 강경일변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취약 계층의 사업주와 근로자 고통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벌 방침에 논란이 커지자 고용부는 모든 위반 사업주가 대상은 아니라고 물러섰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가상화폐 강력 대응, 집값 양극화만 키운 부동산 대책에 이어 또 하나의 어설픈 실험 정책임을 자인한 셈이다. 국정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