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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여, 술 마실 시간 줄이고 文·史·哲 읽어라”

김구철 기자 | 2018-01-12 12:11

‘59년 기자인생’ 마감 김영희 前 중앙일보 대기자

“베트남전 취재 역사의식 부족
돌아보면 매 순간 후회가 일어”


“일주일만 젊었으면 다시 특파원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지난 4일 자 칼럼을 마지막으로 59년 기자인생을 마감한 김영희(사진)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돌아보면 매 순간 ‘이렇게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인다”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지난 1958년 스물두 살 때 한국일보 수습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1965년 창간한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긴 후 동남아 순회 특파원,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 편집국장, 출판본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지막 칼럼에 고별사를 쓰려다가 안 했다. 앞으로도 간혹 지면에 칼럼을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인 중 59년간 기자로 일한 건 그가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이에 대해 그는 “워싱턴 특파원 시절 뉴욕타임스 제임스 레스턴을 자주 만났는데 그분도 나만큼 오래 안 했을 거다. (레스턴은) 지금 미국 보스턴 부자 동네에서 5000부 정도 발행하는 신문사를 인수해 일하고 있다”며 “내가 만 82세까지 대기자로 일할 수 있었던 건 후배들이 나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회사가 의도한 거다. 사무실을 내주고, 자동차와 운전기사, 비서까지 주는 데 평기자 5명을 쓰는 경비가 든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를 묻자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와 미군의 베트남전 철수”를 들었다. 그는 “단발 특종이 아니라 트렌드를 읽은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닉슨이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쓰라고 했지만 난 계속 물러날 거라고 썼다. 또 미국이 베트남에서 손을 떼기 몇 달 전부터 그 방향으로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기자들에게 “술 마실 시간을 줄이고,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기자들이 하루에 많은 기사를 출고하느라 힘들고 피곤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어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만 쓸 뿐 천착하고 통찰하지 못한다”며 “주의 깊은 독자들은 기사의 질이 떨어지는 걸 안다. 취재 전에 책을 많이 읽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자신의 모교인 부산 가야고 언론인 모임인 ‘가언회’로 부터 감사패를 받게 된 그는 “1956년에 학교를 졸업했는데 손자뻘 되는 까마득한 후배들로부터 좋은 선물을 받으니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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