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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혼란… 정부, 핀셋처방 아닌 제초제 뿌리려다 역풍

민병기 기자 | 2018-01-12 11:48

투기방지로 선회

거래소폐지 특별법 일단 멈춤
심각한 ‘투기 광풍’ 해결 초점

4차 산업혁명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 생태계 파괴 우려도

투자자 집단반발에 靑 발빼기
부처간 엇박자에 혼란만 가중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 대책이 결국 시장의 대혼란만 야기한 채 궤도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거래소 폐지 등의 특별법 제정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되, 당장 심각한 투기 과열 양상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대응에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정책에 대한 시장의 ‘내성’만 키워 정책 효과만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궤도수정, 투기 방지에 초점 = 12일 법무부와 연관부처 등에 따르면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 추진을 언급한 것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지는 모양새다. 주무부처 장관의 공개적인 언급으로 정부가 거래소 폐지에 대해 경고 차원을 넘어 ‘예고’ 수준으로 진입한 것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특별법 제출 시점을 조율하며 대신 도박성·투기성으로 변질한 시장에 대한 개입 방안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 당장 거래소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인 금융위원회는 관련 특별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은행의 가상계좌 거래내역 등을 조사해 불법적인 거래부터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이 허술한 거래소를 퇴출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투명성 확보 방안도 고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문제되는 거래소는 손보되, 지금 막혀 있는 신규 투자자 유입은 계속 막고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자연스레 시장을 말려 죽이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 등 초강수를 중장기 과제로 돌린 데는 국회 통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재 투자자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는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 “원천기술은 지켜야” = 업계와 전문가들은 최근 가상화폐 광풍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이 4차 산업혁명의 원천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문제가 있으면 핀셋 규제를 통해 거래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지, 반경 수 ㎞에 제초제를 뿌리는 식으로 인근 산업 생태계를 박살 내는 식은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이 너무 과열돼 있다고 해서 거래를 원천적으로 규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규제는 사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엇박자, 시장혼란 부추겨 = 전날 박 장관의 초강경 발언으로 촉발된 시장의 혼란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선을 긋는 발언을 할 때까지 계속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저점매수하려고 ‘장난’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전날 정부부처 간 ‘혼선’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에 정부가 슬쩍 발을 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무부처 장관이 아직 부처 간 이견이 남아 있는 것을 기자들에게 부처 간 협의가 끝났다고 언급하는 것은 섣불리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민병기·황혜진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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