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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에콰도르 시민 됐지만… 대사관 벗어날 길 막혀

김다영 기자 | 2018-01-12 11:50

망명뒤 5년6개월째 갇혀지내
외교관 돼 면책특권 노렸지만
체포 천명 英정부 거절로 무산


2010년 이라크전쟁 관련 미군의 기밀을 폭로한 뒤 6년 동안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해 온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46)가 에콰도르로 정식 귀화해 시민권을 딴 것으로 드러났다.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11일 수도 키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12일부로 어산지가 에콰도르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의 귀화 소식을 공식으로 발표한 이유는 어산지의 주영국 에콰도르 대사관 망명 생활을 청산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에콰도르 정부는 영국 정부에 어산지를 외교관 지위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교관이 누리는 면책특권을 통해 어산지가 대사관을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난관을 타개할 방법으로 어산지의 시민권 획득을 세계에 공개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어산지는 자신이 설립한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지난 2010년 첼시 매닝 전 미 육군 일병 시절 획득한 이라크전쟁 관련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여기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의 민간인 사살 영상을 포함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미 국무부 외교문서가 포함돼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만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어산지는 ‘자유의 투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미국 정부가 어산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유럽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스웨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구속영장까지 발부됐다. 구속영장 발부 당시 영국에 있던 어산지는 런던 경찰에 체포돼 구치소에 구금됐다. 가까스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어산지는 다시 구속될 경우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보석 조건을 어기고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를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해 망명을 허가하며 미국 및 영국 정부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사관 밖으로 나올 경우 영국 정부가 범죄자로 그를 곧장 체포하겠다고 밝히면서 무려 5년 6개월 동안 대사관 밖으로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의 대사관 망명 생활이 길어지자 그를 방면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제3세력의 중재를 공식 요청하고 나섰지만 현재까지 어떤 국가도 이에 응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어산지가 에콰도르 시민권을 부여받았지만 당장 망명 생활을 청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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