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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운사이징’

인구과잉으로 인한 지구의 기후문제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운사이징’ 연구를 해오던 노르웨이의 한 과학자가 사람의 몸을 줄이는 실험에 성공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 과학자는 0.0364%로 줄어든 몸으로 학회에 참가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동료 과학자가 초기 실험에 참가한 36명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라며 비닐봉지 한 개를 들고나온다.

영화 ‘다운사이징’(사진)은 이렇듯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후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이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몸을 줄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프라넥은 아내 오드리(크리스틴 위그)가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다운사이징을 결심한다. 작아진 사람들이 사는 ‘계획도시’ 레저랜드에서는 1억 원의 가치가 120억 원 정도로 높아져 저택에서 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으러 간 사프라넥은 몸이 12.7㎝로 작아진 후 아내가 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 사실을 알게 된다.

다운사이징의 효과를 코믹하게 보여주던 영화는 아내에게 이혼당한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다운사이징의 악영향도 보여준다. 개인 소비가 줄며 각종 산업이 타격을 받고, 독재자들은 반대파를 강제로 작게 만든다. 이때부터 영화의 톤이 무거워지며 환경문제 등 묵직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유쾌하게 영화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삶과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의 주제를 풀어내는 후반부는 베트남 반체제 인사로, 강제 다운사이징 당한 후 TV박스에 실려 미국으로 오다가 한쪽 다리를 절단한 녹 란 트란(홍 차우)이 맡는다. 사프라넥은 불법 상품 밀거래로 막대한 부를 쌓은 이웃 두샨(크리스토프 왈츠)의 집에서 청소를 하는 트란을 우연히 만난 후 트란과 함께 레저랜드 빈민가 쪽방촌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선다.

온몸에 털을 깎고, 치아 보철 장치를 제거한 후 다운사이징 하는 과정과 몸이 작아진 사람들이 유발하는 웃음 장치가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뒤로 가며 쏟아지는 메시지에 눌려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바웃 슈미트’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풀어냈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kc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