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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내 세상’감동 선사
‘…부산항애’ 경찰·건달로 대립
티켓 파워 男 배우 선호도 영향

“우리 둘뿐인 거야. 내가 네 친구야.”

이 달콤한 대화는 그 주체가 연인(戀人)이 아닌 형제(兄弟)로 치환되며 뭉클한 대사로 변주된다. 4일 개봉된 영화 ‘굿 타임’(감독 조슈아 사프디, 베니 사프디)에서다. 실제 형제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과 그를 끔찍이 아끼는 형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 배에서 시차를 두고 태어난 형제를 잇는 끈은 꽤 질기고 단단하다. 진절머리 나는 뉴욕을 떠나기 위해 은행을 털다가 붙잡힌 동생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 코니(로버트 패틴슨)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범죄자를 탈출시키기 위한 시도지만, 이 상황 속에 형제애를 녹이니 관객은 코니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여기 또 다른 형제가 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속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는 어릴 적 자신을 두고 집 나간 엄마와 마주친다. 오갈 데 없는 그가 엄마 손에 이끌려 간 집에는 배다른 형제 진태(박정민)가 있다. 게다가 그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연로한 엄마는 자신을 향한 원망으로 사무친 큰아들에게 성치 않은 동생을 맡기려 한다. 몹쓸 짓이다. 하지만 핏줄은 서로를 당긴다고 했던가. 난데없이 생긴 형과 동생이 서로를 향해 걸어가며 동화돼가는 과정은 꽤 자연스럽다.

최성현 감독은 “결핍을 갖고 있는 이들이 가족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극대화하려 했다”며 “그렇기 위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인물이 필요했다”고 두 형제의 관계를 정의했다.

개봉 열닷새 만에 1000만 고지를 밟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왼쪽 사진)에도 형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대중을 들끓게 만들었던 원작 웹툰이었다. 이 때문에 몇몇 장면과 설정이 각색돼 “원작을 훼손했다”는 불평이 있는 반면, 이를 통해 영화만의 재미를 구축했다는 호평도 많다. 그 중심축이 바로 형제애다.

영화 속 자홍(차태현)과 수홍(김동욱)은 형제로 그려졌다. 원작 웹툰에서는 별개의 인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엄마 곁을 떠난 후 소방관이 된 자홍은 다달이 생활비를 보내고, 수홍은 홀로 엄마 곁을 지키며 각자의 방식으로 효도하려 한다. 그렇게 살던 두 형제가 죽음을 맞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관객은 눈물을 쏟게 된다.

‘신과 함께’에 앞서 연출했던 ‘오 브라더스’ ‘국가대표’ 등에서도 형제애를 강조했던 김용화 감독은 “영화는 관계의 미학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 속에서는 자홍·수홍 형제와 엄마의 관계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며 “스물두 살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담은 은유이자 진혼곡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오른쪽) 역시 각각 경찰, 건달로 성장한 후 다시 만나게 된 형제의 이야기를 그렸다. 엇갈린 길을 간 형제가 비를 맞으며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는 티켓파워가 강한 남자 배우를 선호하는 충무로의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한동안 충무로에는 부자(父子)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이것이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는 환경 속에서 형제로 치환됐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흥행공식이라 할 수 있는 소위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 사회에서 형제가 갖는 극적인 느낌과 설정은 캐릭터 구성이 쉽고 감정선을 건드리기 좋아 영화 소재로 자주 변주된다. 이는 남자 배우 위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제작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며 “또한 형제애를 다룬 작품들은 대다수 아버지의 부재(不在)를 통해 형이 사실상 아버지이자 가장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