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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 61장 서유기 - 32

기사입력 | 2017-12-30 08:12

다음 날 오후, 5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시진핑과 차를 마시고 있다. 인삼차다. 베이징 이화원 근처의 안가는 서동수가 여러 번 와본 곳이어서 시골 별장 같다. 소파에는 넷이 둘러앉았는데 시진핑과 주석실 비서 왕춘, 서동수와 유병선이다. 서로 심복들만 대동한 만남이어서 극비 회담을 시작할 분위기가 되어 있다. 그때 한 모금 인삼차를 삼킨 시진핑이 서동수를 보았다.

“아시죠? 우리 중국의 악몽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말입니다.”

서동수는 태연하게 듣기만 했고 시진핑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남조선 주도의 통일이 되었을 때부터죠.”

“아, 그렇습니까?”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서동수가 그렇게 말대답을 했다. 맞긴 맞다. 중국이 원한 것은 평생 남북이 갈라서 있거나 북한 주도의 통일이었다. 세계 제패를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체제가 다른 대한민국이 더구나 동맹국 미국과 함께 대륙 한쪽에 붙어 있는 것은 암 덩어리 같았을 테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심호흡한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서 회장님, 유라시아 연방 수도를 베이징으로 정하면 연방 대통령 김동일 씨가 베이징에서 집무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연방 업무를 볼 때만 말이지요.”

시진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유라시아 연방이 되면서 이제 국가 간 장벽이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와 모든 것을 쓸어버렸고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우리 중국몽(中國夢)은 그야말로 꿈으로 끝날 형편입니다.”

폐쇄 사회였던 북한이 일순간에 한국화(化)돼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한계를 아는 터라 유라시아 연방의 흐름을 타고 다른 방향의 세계 제패를 꿈꾼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지난번의 중국몽보다 더 크고 더 쉬우며 더 위대한 꿈이다. 그것은 베이징을 유라시아 연방의 수도로 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라시아 연방 대통령 국이 되고 그다음은 차례로 1억 공산당원을 동원하여 흡수해 나갈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방법은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요?”

되물은 시진핑의 얼굴이 환해졌다.

“서 회장, 말씀하시지요.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주석께서 지도부를 설득만 해주시면 14억 인민 대부분은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지요. 중국은 인민들을 위한 국가입니다.”

정색한 시진핑이 서동수를 보았다.

“나는 퇴임 전에 인민들에게 마지막 봉사를 할 것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국호를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바꾸시면 됩니다.”

시진핑이 숨을 들이켰고 동시에 눈동자가 흐려졌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왕춘은 눈을 크게 뜨면서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과의 합방을 선언하시고 김동일 대통령의 유라시아 연방 정부를 베이징으로 초치하는 것입니다. 김동일 대통령은 물론 연방위원,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중국 인민 대부분도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도, 인생도 유한(有限)한 존재입니다. 여진의 청(淸)이 수백 년 중국 천하를 지배했지만, 역사에는 몇 장밖에 기록되지 않았더군요.”

이화원이 조용해졌다. 그렇다. 다 유한한 존재다. 욕심부릴 것이 있느냐? 서동수는 시진핑의 얼굴이 차츰 편안해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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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서유기’를 마칩니다. 그동안 뜨겁게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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